[양승욱 변호사 법률 이야기(138)]환자의 건강보험증 대여, 도용에 관하여

2007.06.21 00:00:00

필자와의 상담사례 중, 건강보험환자로 의료기관에 내원한 환자가 진료비를 체불해, 의료기관 측에서 환자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고 명의자로부터 자신이 진료받은 적이 없다는 회신을 들었다는 것이 있다. 즉, 환자가 건강보험환자가 아닌 제3자로 드러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환자의 행위는 의료인에 대한 기망행위로서 사기죄가 성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사례에서 의료기관은 내원 초기에 환자의 진술에 따라 환자가 제시하는 건강보험증을 확인했을 뿐 실제 건강보험 수급권자가 환자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지는 못한 것이다.
물론 의료기관 입장에서 수진자의 말을 취신해 그로부터 얻은 정보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경우 특별한 법률위반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다만, 진료비 체불 등의 상황에 도달하면 본인 확인이 불가해 진료비 청구 자체가 어려워질 여지가 크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건강보험증을 도용하거나 대여하는 등의 사례가 꾸준히 증가한다고 한다. 또한 일부 의원은 의료기관에서 본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법률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에게 제출한 ‘건강보험증 대여·도용현황’에 따르면 건강보험증 대여·도용 사례가 2005년 134건에서 2006년 219건으로 급증, 2007년 2월말까지 75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증 도용의 경우 2006년 105건으로 2005년 56건에 비해 60% 증가했고 2007년은 2월말까지 31건에 이른다.


2005년부터 2007년 건강보험증 대여·도용 실태를 분석한 공단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건강보험증 도용은 지인(71건, 18%), 친인척(45건, 11%), 주민번호 도용(43건, 11%), 건강보험증 절도(13건, 3%), 사용주(2건, 0.4%) 등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증 대여는 지인(156건, 38%), 친인척(58건, 14%), 사용주(5건, 1.2%) 등을 통해 이뤄졌다. 특히 공단부담금(요양급여비용)이 고액일수록 건강보험증 대여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발생사유별로 분석하면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건강보험료를 장기 체납한 경우나 주민등록이 말소돼 건강보험증을 대여·도용한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불법체류자가 외국인 및 재외국인의 건강보험증을 대여·도용한 사례도 32건이나 됐다.


경제적 문제로 인해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에는 타인의 건강보험증을 도용할 가능성이 크고 또한 진료비 체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특별한 유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건강보험 수급권자에서 제외된 외국인 근로자나 조선족 국내 체류자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급여제한자가 건강보험 전체가입자(1797만세대)의 7.6%인 1백35만 7000세대에 달해 건강보험증 대여·도용 사례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요양기관에 수급자격 확인의무를 부여하고 건강보험증 대여·도용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하는 건강보험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의회 일각에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증 대여, 도용자에 대한 일정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의료기관에 수진자의 본인 여부를 확인할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이 있다. 국가가 보편적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로서 건강보험에 대한 접근권(의료기관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기 보다는 가급적 사회보장의 수혜대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또한 의료기관으로서도 수진자에게 본인확인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양승욱 법률사무소 02-591-8891, 8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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