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시론/최재갑]치과전문의제에 거는 기대

2007.06.25 00:00:00

최재갑<본지 집필위원>


<사례 1>
흥선 대원군은 청나라가 서양 강대국에 의해서 자원이 침탈되는 것을 보고 외국세력의 국내 침투를 철저히 경계했는데, 특히 신미양요에서 승리한 후 대원군은 쇄국정책에 더욱 자신감을 가지게 됐으며 전국에 오랑캐와의 화친을 배척하는 ‘척화비’를 세우게 했다. 대원군의 이러한 정책은 당시에 양반유생들과 백성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으며 대원군의 정치적 기반이 더욱 공고해지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조선은 쇄국정책에 의해 외국과의 교류가 철저히 단절됐으며 서양의 앞선 문물을 받아들이지 못해 근대화의 기회를 놓치고 결국 나라가 패망하기에 이르렀다.

 

 

<사례 2>
약 7∼8년 전 우리 사회는 휴대폰 과소비와 그로 인한 외화 유출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나타냈었다. 멀쩡한 휴대폰을 단지 모델이 구식이라는 이유로 마구 버리고 새것으로 바꾸는 세태를 여러 언론이 질타를 했으며, 젊은이들의 무분별한 소비성향에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러한 소비성향 덕분에 우리나라 휴대폰은 성능과 디자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2005년 한 해 동안 휴대폰 수출액이 1백9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효자 수출품목이 됐으며, 2007년 현재 전 세계 휴대폰시장의 22.4%를 점유할 정도로 대단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상의 두 사례는 전혀 별개의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어떤 상황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과 판단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쇄국정책은 당시 대중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지만 그것은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책이었으며, 휴대폰 과소비에 대한 지적은 현상의 어느 한 면만을 부각시킨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도 되겠지만 오늘 우리가 내리는 판단이나 결정이 훗날 오류로 판명될 가능성을 항상 경계하자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의료계(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에서는 전문가 사이의 업무영역을 두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의약분업과 관련해 의사와 약사 사이의 갈등, CT, MRI, IMS 등과 관련된 의사와 한의사 사이의 갈등, 한약분쟁으로 인한 한의사와 약사 사이의 갈등, 성형외과와 구강악안면외과 사이의 갈등, 구강 스프린트 요법과 관련된 치과의사와 한의사의 갈등 등등… 마치 우리나라 의료계가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경쟁과 혼란의 시대에 우리 치과계의 생존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수련을 받을 때만해도 악안면부위의 외상은 치과의사의 소관사항이었다. 성형외과에서 관골골절 환자를 치료했다는 말을 듣고 당시의 구강외과 교수님은 불같이 화를 내셨다. 그 후 어느 날 성형외과에서 상악골골절 환자도 치료했으며, 현재는 하악골골절 환자도 치료할 뿐만 아니라 악교정수술까지 한다고 한다.


치과의사와 일반의사 사이에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부분은 비단 구강악안면외과 영역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구강내과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는 턱관절장애는 정형외과와 이비인후과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구강연조직질환은 피부과와 이비인후과에서도 다루고 있다. 또한 삼차신경통은 신경과나 신경외과에서도 치료한다. 최근에는 한의사들까지 합세해서 턱관절장애 분야를 수시로 침범하고 있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우리 치과계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실력을 갖춘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배출되는 치과전문의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들에게 우리나라 치과계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들이 치과계의 발전을 위해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우리 기성세대가 해야 할 몫이 아닐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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