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시론/이안희]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상)

2007.07.02 00:00:00

이안희<본지 집필위원>


진료준비를 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조심스레 묻는다. “원장님 어제 TV보셨어요? ” “아니…왜?” “어제 소비자고발 프로에 임플랜트에 대해 나왔어요.” “왜?”“원가는 얼마 되지 않는데 치과마다 가격차이가 많이 나고, 임플랜트도 다량 구입하면 몇 개 덤으로 더 주고, 그럴 경우 픽스처 가격이 턱없이 싼데도 환자한테 받는 것은 몇 십 배라고요.” “치과시술이 어디 들어가는 재료의 원가로만 따질 수 있는 건가? 원가에 비할 수 없는 술자의 시술료를 어떻게 가격으로 따지나?"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하고 돌아섰지만, 반복되는 보도에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마음은 언제나처럼 착찹해졌다. 진료를 하면서도 내가 지금 진료하고 있는 환자분이 자신이 받는 진료의 구체적인 내용의 원가를 궁금해 하고 자신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가라는 의구심을 가질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개업초기 보철치료를 받으신 어르신이 조용히 오셔서 ‘아는 기공사가 있는데, 금값 기공료값을 다 안다"고 은근히 협박하시며 나를 심히 불쾌하고 어이없게 만들던 일도 떠올랐다. 물건을 떼어서 얼마를 붙이고 파는 슈퍼도 아닐진대, 왜 유독 치과 시술에 있어서는 심심하기만하면 원가에 대해 붙여지는 진료비에 대한 시비가 그리 자주 불거져 나오는지 모르겠다.


우연히 아주 작은 충치가 발견돼서 가볍게 치과를 내원한 환자라 할지라도 그것에 대한 세심한 진단으로부터 시작해 예기치 않은 병소의 발견, 가능한 발전병소의 예측, 다양한 치료방법 중 가장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하고, 머릿속으로는 치아형태학부터 임상까지 입력된 모든 지식들을 총동원해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최선의 진료를 해야 하고, 치료가 만족스럽게 잘 마무리 됐다 하더라도 우리의 신체가 생명을 가진 유기체이므로 예기치 않은 후유증이 발생해서 그 책임을 져야 할 때도 더러 있다. 하물며, 피를 보면서 잇몸을 들어내고 뼈안에 이물질을 식립하는 수술에 있어서는 더 말해 무엇하랴. 보도에서 처럼 몇 십만원짜리 원가 운운하는 나사를 간단하게 뚝딱 박는 것이 전부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방송의 마지막에 앵커는 심각한 얼굴로 의술은 인술이므로 상업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멘트를 절대 빠뜨리지 않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항상 그렇다면 당신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선입견도 없이 의술을 상업적인 것을 배제한 고귀한 행위로 인정을 해주는가 라고 먼저 묻고 싶어진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도표까지 동원해서 몇 개를 사면 덤으로 몇 개를 준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때 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한 개인의 사적인 불만을 침소봉대하며 폭로성의 편파적인 까발리기로 전체적인 의사들를 폄하시키는데 열중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일부 치과의사 스스로 의술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환자에게 과잉진료나 진료에 대한 충분한 사전 동의 없이 물건을 흥정하고 파는 것처럼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 등으로 그런 불신을 조장한 예도 결코 적지 않음을 자성해야 함은 물론이다.
<다음에 계속>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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