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시론/김각균]전문직 신뢰의 위기(상)

2007.07.30 00:00:00

김각균<본지 집필위원>


“…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험하다(思而不學則殆)’. 이 위험이란 곧 자기-생각을 ‘자연화’시키는 것을 가리킨다고 보아도 좋다. 그러나 무릇 공부란 자기 자신의 생각들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사실을 사뭇 뼈아프게 깨치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혹은 그 생각의 일부로써 그 생각의 틀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부딪쳐서 자빠지는 일이다. 문제는, 자기-생각이라는 게 워낙 타인을 배제하는 속성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실없이 생각이 많은데다 결국 그 생각의 틀 자체가 완고한 테두리를 이루는 게 오히려 결정적인 문제다. 이 경우에 전형적인 증상은 냉소와 허영이다. 냉소와 허영이란 타인들이 얼마나 깊고 크게 자신의 존재에 구성적으로 관여하는지를 깨닫지 못한 상태를 가리킨다. 생각은 그 외래적 기원을 잊고 무서울 정도로 자기 자신만을 돌아본다. 그리고 그 잡다한 생각의 다발들로 테두리를 짓고 벽을 쌓아 올리며 일희일비하는 것이다.” (공부론 (5) 생각은 공부가 아니다, 철학자 김영민, 한겨레신문 2007-07-14)


이 글을 읽으면서 이러한 사고가 요 며칠 내 머리속을 차지하고 있는 의문을 풀어 나가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 의문은 지난 7월 11일에 있었던 ‘치과의사 실기시험 도입타당성 및 실행방안 공청회’를 통해 알게 된 치과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치과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도입에 관한 의견조사’ 결과에서 비롯된다.


이 의견조사는 현행시험이 치과의사로서 필요한 기본적인 직무수행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50%를 상회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거나 반영하고 있는 편이라는 의견 역시 과반수에 가까워서, 상반되는 의견이 서로 팽팽하게 대립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도 국가시험에 임상실기능력을 평가하는 부분을 별도로 추가하는 데 대해서는 89.8%의 응답자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을 보여 줘서, 실기시험 도입에 대한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실제 시행과 관련된 부분에 이르러서 필자의 우려를 자아내고, 근본적으로 치의학교육 전반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하는 결과를 보게 됐다.
우선 교수들 중, 임상실기시험과 관련된 교육이나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해 본적이 없으며, 이에 대해 거의 모른다고 응답한 사람이 과반수를 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 사실이 비록 실기시험의 도입에 있어서 중대한, 아마도 결정적인, 부분이 결여돼 있음을 말해 주기는 하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선행돼야 하는지를 밝혀주었다는 점에서, 조사의 중요한 성과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절차는 당연히, 이미 밝혀진 문제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실행에 관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곧 이어 제시된 결과는 필자에게 큰 우려를 안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응답한 교수들 중 그 중요성은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임상실기시험의 준비와 수행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교수가 28.3%에 이른다는 사실이었다.


전문 활동(professional activity)에 있어서 ‘행동 중의 思考(reflection-in-action)’, learning systems (및 learning societies와 institutions) 등, 혁신적인 개념으로 배움의 이론과 실천에 있어서 큰 업적을 남긴 Donald Schon은 그의 한 저서에서 ‘전문 지식에 대한 신뢰의 위기(The Crisis of Confidence in Professional Knowledge)’라는 제하의 글을 썼다. Donald Schon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전문직이, 큰 사회적 중요성을 갖는 문제에 관해, 비범하고 현저한 지식(extraordinary knowledge)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인정하며, 반대급부로 우리는 전문직에 큰 권한과 특권을 부여한다. 따라서 전문직은 사람들이 가장 갈망하고 또한 만족스러운 보수가 주어지는 경력이 됐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우리들이 전적으로 전문직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직에 대한 신뢰의 위기의 징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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