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김호영]아전(衙前)치과

2007.09.03 00:00:00

김호영<본지 집필위원>


치과진료를 단순한 상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나라 치과의 진료는 어떤 상품일까?
진료의 질이 우수하건 평범한 수준이건 조악하건 일단 공통된 점은 포장 상태가 조악한 편에 속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치과진료가 진정 국민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되기 위한 훌륭한 포장은 어떤 것일까? 어지간한 집 한 채 값을 상회하는 인테리어, 과대광고, 연예인 마케팅, 할인쿠폰, 단체할인 따위의 일들은 다른 상행위에선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그대로 치과에 적용을 시키게 되면 신뢰와 존경과는 조금 거리가 먼 괴이한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것에 누구나 공감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신뢰와 존경 받는 위치에 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리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 이야기 되는 것이 우선 일제 강점기 동안에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존경받는 지도자 상이 멸살됐다는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양반이 몰락하고 그 시대에 빠르게 적응한 중인들, 특히 일제에 쉽게 협력한 아전(衙前) 출신들이 일제 강점시대에 빠르게 적응했고, 이들이 쉽게 축적한 부를 통해 자제들에게 근대교육을 받게 함에 따라 출세가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아전(衙前)들은 지배층인 양반들과 일반 양인들 사이에 존재했던 중인 출신들이었는데 이들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단지 지배층이 일본으로 바뀌었을 뿐인 세상에서 적응이 빨랐을 것이란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비쳐지는 높은 사람들에겐 아부하고 백성들에게는 거만한 아전들의 모습은 다분히 윤색된 것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들에게서 품위나 사회적 책임감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양반이 밥 먹여 주냐?’는 말은 예절이나 품위, 도덕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양반문화가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예가 된다. 어떻게 보면 이 역시 일제의 지배정책 중 하나였을 수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이런 주장에서 더 멀리 나가면 사회적 책임감이 결여된 사람들의 자손들이 많이 배우고, 부를 축적해서 현재 우리사회의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에 우리사회에 존경받을 만한 사람들이 적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지식을 많이 습득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인성이나 가치관은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전혀 터무니없는 생각이라 여겨지지는 않는다.
치과진료를 물건 파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장사치들과 같이 행동하라고 요구하는 부모가 있다면 자녀인 치과의사들이 치과를 운영하는 행태는 그를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른바 사회지도층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탈세, 병역비리, 국적포기 따위의 원인이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그렇다거나 부모에게 배운 것이 그런 것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아마도 ‘배울 만큼 배우고, 가질 만큼 가진 사람이 왜 저럴까?’란 질문에 대한 가장 참담한 답변이 될 것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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