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욱 변호사 법률 이야기(147)]퇴직금의 법리에 관하여

2007.09.06 00:00:00

의료기관에서는 의료인과 보조인력을 고용하고 이들에게 임금을 지급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일정한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즉, 우리 근로기준법은 일정한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퇴직금이라는 후불임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퇴직금은 그 지급시기가 원칙적으로 퇴직시(물론 예외적으로 일정한 법정요건 하에 중간정산이 가능하다)인데, 연봉제 도입 등으로 퇴직금을 기본급과 함께 미리 지급하는 경우도 있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계약방식과 관행의 위법성에 관한 판결이 나와서 주목된다. 이하에서는 이 부분에 관해 논하고자 한다.


최근 대법원은 퇴직금을 매월 월급 속에 포함해 지급받기로 하는 근로자와 사용자간 약정은 무효이므로 퇴직시 근로자의 퇴직금 지급요구를 거절한 것은 미지급의 고의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근로기준법위반 사안이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지난달 27일 밝힌 바 있다.


지방의 한 병원 대표인 A씨는 과장으로 근무당시 2005년 1월 퇴직한 B씨의 퇴직금 1천400여만원을 지급기일인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A씨와 B씨는 근로계약 체결 당시 임금과 관련해 매달 받는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미리 지급하기로 하는 연봉제에 합의했다. A씨는 이 약정에 따라 약정된 퇴직금을 모두 지급했기 때문에 더 이상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A씨가 B씨에게 지급한 급여 속에 퇴직금이 중간 정산돼 있는 것으로 믿었다고 인정하고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었는데, 대법원에서는 원심을 파기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임금ㆍ퇴직금 등은 일정한 기일(14일) 내 지급의무위반죄는 일종의 ‘고의범"으로서 사용자가 지급의무가 있는데도 그 의무를 고의로 회피 시 성립한다. 다만, 경영부진 등 미지급의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는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퇴직금지급청구권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발생하는 것이므로 매월 지급받은 월급 등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했다 해도 이는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고, “사용자가 ‘월급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내세워 퇴직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고의"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즉, 대법원은 “피고인이 관행상 연봉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퇴직금 지급요구를 거절한 것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상당한 이유"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이러한 전제로 “B씨가 입사 당시 피고인과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시켜 지급받기로 한다는 연봉제에 관한 약정을 체결됐다고 볼 수 없고, 그 약정이 체결됐다 해도 효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해, 퇴직금을 급여에 포함해 지급하는 약정의 효력을 부정했다.


따라서 일정한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으로서 퇴직금 지급의무가 있는 사용자로서는 현재 근로자와 체결하고 있는 임금약정과 관련해, 연봉제에 연동된 퇴직금 지급에 관한 약정이 위법의 소지가 없도록 다시 체결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양승욱 법률사무소 02-591-8891, 8896>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