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박용덕]치과의사 권인보호법은 누가 만들어 주나

2007.09.17 00:00:00

치과의사가 되기 전에 함께 사회생활을 했던 친구들이나 동료들은 현재의 나를 무척 부러워한다. 자신들은 열심히 일하건 안하건 매월 동일한 급여를 받고, 어쩌다 상여금받고, 아파도 결근할 수 없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출근해야 한다며, 내겐 불황도 없고, 일종의 개인 사업처럼 치과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모두 내 것이고, 쉬고 싶으면 언제든지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며 말이다.


그러나 이내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꺼내면서 그래도 언제든 개업하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느냐고 하면서, 매번 술값은 내 몫이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시각만 그럴까? TV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의료인들의 경제력도 매번 만만찮게 꾸려지는 것을 보면, 아마도 전국민 대다수가 내 친구들과 동일한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달포 전 지방의 젊은 한의사가 개업난에 지쳐 스스로 목맨 사건을 기억한다. 치과의사들도 비슷한 환경이라며 아무리 현실을 변명하고 떠들어 댄들 우이독경격인 그들에게 내 얘기는 엄살에 불과한 것 같다.
새학기 접어들면서 의료법 강의가 시작됐고, 지난해와 바뀐 내용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며 느끼는 것은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치과의사의 개업환경일 것이다.


더욱이 강의 시작과 함께 들려온 소식 가운데 하나가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제정될 예정이란다. 이법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가져올 상황들을 학생들과 토론하면서 향후에 치과의사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의료행위의 특수성은 위험내재성, 예측곤란성, 재량성, 밀실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특징은 ‘免許’라는 글자에서 보듯 자신의 매번 의료행위마다 국가에 허락을 받지 않고, 의료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주의준수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보편적 생각으로 진료를 행하도록 부여받았기 때문에 이러한 의료행위의 특수성이 주어진 것이다.


그런데 준비중인 신의료법에서는 의료행위의 개념을 규정짓고, 표준의료행위지침을 언급하면서 면허라는 의료인의 지식과 경험의 재량권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 또한, 아픈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의료행위 과정이나 결과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내재성과 예측곤란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의 제정으로 발생된 의료사고를 모두 의료인에게 전가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醫療事故’는 가치중립적인 의미로서 의료기관과 관련돼 발생한 모든 사고를 말한다. 아직 객관적으로 의료인의 잘못이 입증된 ‘醫療過誤’와는 다른 것이다. 따라서 정확한 법명은 ‘의료과오구제법’이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치과의사는 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협회가 회원들로부터 일정한 금액을 거두어 공제사업을 실시하며 그 이익으로 회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의료분쟁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도록 허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으니 또다시 회원들의 의무와 경제적인 부담만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의료인에 대한 경시풍조가 나타날까 두렵다.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라는 틀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환자들은 이를 무기로 무조건적이고 자기판단 기준으로 함부로 휘두를 가능성이 매우 크며, 의료행위의 특수성에서 나오는 위험내재성, 예측곤란성, 재량성을 불인정하며 무너뜨릴때, 의료인 경시풍조까지 나타날 수 있을까 미리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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