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119]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아 간첩불고지죄로 고발당한 치과의사

2007.10.04 00:00:00

 


이런 해괴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1975년도 M시의 L치과의원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평소에 안면이 있는 53세 남자가 내원했다. 그 환자는 ‘치아가 이상해 내원했으며 지금 호주머니에 돈이 없으니 외상으로 간단히 치아를 치료해 달라’는 것이다. L원장이 진단해 본 결과 간단한 치주처치만 하면 될 케이스여서 기록을 하지 않고 무료진료로 생각하면서 진료 후 환자를 보냈다. 그리고 그 환자와의 관계는 소원해진지 몇 개월이 흘러갔다. 그러나 별 것이 아닌 줄 알았는데 그 진료는 별 것이 되어 의사를 괴롭힐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어느 날 관내 수사기관 요원이라는 사람들이 들이 닥쳤다.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바 있는 모씨의 진료기록부를 보자는 것이다. 모씨는 거물급(?) 고정간첩인데 수사기관에 검거돼 행적 수사 중 치과진료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온 모양이다. 작성되지 않았던 기록부가 있을 리 없었다. ‘진료기록부를 왜 만들지 않았느냐, 평소에 얼마나 친분이 두터웠으면 치료비를 받지 않았겠느냐, 미리 간첩인줄 알았으면서 신고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 원장은 경찰서로 연행됐고 다시 중앙정보부 사람이라는 수사요원들로부터 곤욕스러움을 당해야만 했다.


“오메 징한 것! 농사꾼은 죽어도 종자 자루를 베고 죽는 법인디 의사가 좋은 무료진료 한 번 했는데 이거이 무슨 청천에 날벼락이랑가” 불고지의 오해가 풀릴 때까지 L원장은 며칠간 고생하다가 풀려났지만, 진료기록부를 소홀히 하여 어려움을 당한 사례는 종종 다른 곳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한 진료기록은 정확한 치료만큼 중요하다
1970년도 중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사상범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는 단호한 것이었다. 이 사건에서는 평소의 면식관계, 무료진료 행위, 간단한 처치 등으로 환자관리를 가볍게 처리했기 때문에 사건이 된 사례이다. 이러한 경우 제 3자가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아무 일 없이 별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사직당국에서 사건 추적과정상 사정권에 들어가 곤욕을 치르게 됐다.


환자 진료기록의 의무는 의료법 제21조(진료기록부 등) 1항에 잘 명시돼 있으며 의료법 시행규칙 제18조의 기록보존연한 조항에도 환자의 명부 5년, 진료기록부 10년 등 의무조항으로 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사상범뿐 아니라 범법으로 인한 기소중지자 등 수만 명이 은둔해 생활하고 있다고 사료된다. 그들에게 치과질환이 발생했을 경우 치료를 거부할 수야 없지 않는가. 그들이 무심코 방문하는 치과가 바로 주치의가 되는 것이다. 간단한 상담이나 진단만 했다 하더라도 상세하고 정확하게 기록하는 자세가 습관화돼야 한다는 것은 언제 간첩이나 기소중지 범법자들이 내 진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오갈지 모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소중한 생명을 치료하는 인술자는 평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준 성직자와 같은 마음자세를 가져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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