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강 박사의 보험이야기]보험급여 부당청구

2007.10.04 00:00:00

 치의신보 편집부에서는 보험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기대한 것 같지만, 이번에도 별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나 풀어볼까 한다. 물론 이젠 세월도 얼마간 흐르고 해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필자는 지금 지난 2001년 4월 2일자 도하 일간지에 실렸던 기사를 펼쳐놓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제목이 제법 큰 활자로 된 “부당 의보급여 삭감율 24% <이상한 치과> 수두룩”(동아일보), “보험급여 부당청구 삭감 치과 24% 한의원 21%”(조선일보), “의보 부당청구 치과 최고”(매일경제), “보험급여 부당청구 치과 최고”(서울경제)라는 기사들을 복사한 것이다. 그동안 치과와 관련된 기사가 사회면에 오르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그 당시의 모든 일간지에 큰 제목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치과의사 모두가 침묵했고 참 많이 부끄러워했다. 기사가 나간 그날 아침 출근길에 만난 의사가 농담조로 말을 건넸다. “치과의사는 100명 중 24명이 xx놈이라며?”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고 대꾸할 말도 얼른 찾지 못했다. 학창시절 시험 때마다 수학과목의 점수가 높았다던 그 의사는 기사 제목을 이런 식으로 해석했던가 보다.


이들 신문기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배포한 보도 자료를 인용한 것이었다. 치과의 부당청구가 24%로 최고라니, 필자는 우선 사실 확인부터 하고 싶었다. 심평원에서 일한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고, 힘 있는 위치도 아니었으나 다행히 근거자료를 구할 수가 있었다. 자료를 토대로 정확히 따져보니 24%라는 수치는 통계처리 과정의 오류로 인한 것이었다. 당장 높은 책임자를 찾아가서 일처리를 정확히 그리고 신중하게 할 것을 당부했다. 책임자는 본인도 모르고 있는 자료를 어떻게 구했느냐면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후 필자에게 자료를 구해다 준 치과위생사만 혼쭐이 났다고 한다.


그 당시 동료 치과의사들에게 이런 사연을 널리 알리지 못한 것에 대해 이제야 뒤늦은 양해를 구한다. 4월 2일자 보도 이후 2차 집중 단속결과(3.23-4.7)가 4월 20일자 일간지에 실렸는데, 이번에는 한방 병·의원이 삭감률 18.68%로 가장 높았고, 치과 병·의원 13.55%, 의원 6.36%, 약국 6%, 종합병원 4.06%, 병원 3.06%, 종합전문병원 2.53% 순으로 발표됐다. 두어 주일 사이에 24%의 부당청구 비율이 13%대로 바뀌었는데도 치과의사 모두들 조용했다. ‘엉터리 통계’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가보다.
최근 정부가 나라 살림 통계를 17조원이 넘게 잘못 집계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보도된 일도 있고, 얼마 전엔 어느 당의 경선결과 발표 때에도 몇 시간 만에 순위가 바뀐 일도 있었다. 통계수치를 읽을 때는 눈을 크게 뜨는 것도 별 효과가 없는 것인지.


알다시피 지난 2000년 후반에 의약분업 문제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분쟁거리가 되면서 사상 초유로 의사들의 진료거부 사태까지 일어났다. 이때 갈등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수가인상 등의 영향으로 건강보험재정은 빠른 속도로 악화됐으며, 보건복지부장관도 경질 됐었다. 그 후 국회는 2006년 12월 31일을 한시적으로 해서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2002. 1.19)도 제정했다.
당국에서는 건강보험재정이 부실화됨에 따라 부당청구예방 등 건강보험 재정누수방지를 위해 현지확인심사를 확대해 집중적으로 실시키로 했다. 당초 2001년도에는 연간 510개 기관에 시행토록 계획했으나, 1차 집중 실시기간(3.23∼3.30)에만 143개 기관을 시행하고 나서 발표한 내용이 2001년 4월 2일자로 기사화 된 것이다. 심평원에서 2000년도 1년간 집행한 총 삭감액이 7억 4천여만원이었는데, 단지 8일동안 10억9천5백여만원을 삭감했던 것이다.
갑작스레 늘어난 삭감 액수를 보면 심사기준이나 심사방법이 그전과 후에 어떻게 진행 됐는지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세상사 모두 이해하며 살고 싶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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