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 교수의 법치의학 X 파일(54)]1970년 경서중 수학여행버스 사고 식별

2007.10.22 00:00:00

 

우리나라의 법치의학은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1960년대말 치흔감정에 의한 개인식별로부터 오늘날의 법치의학이 태동됐다고 할 수 있으나 그 무엇보다도 법치의학분야가 각광을 받게 되는 것도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대형참사사건의 발생과 관련되며 즉 버스교통사고, 대형건물화재사건, 대형공연장화재사고, 항공기추락사고 등 여러 유형의 참사사건이 연이어 지면서 법치의학적 개인식별 방법의 활약이 두드러지므로 기인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1970년 경서중학교 학생 수학여행중 귀경길 건널목에서 버스와 기차가 충돌해 46명의 학생이 사망한 참사가 있었다. 열차와 충돌한 버스는 순식간에 화염에 싸였고 버스 앞부분에서 발화돼 출입문쪽으로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인 가운데 창문들은 모두 가로 막대들로 촘촘히 차단돼 있어서 버스안의 학생들은 한사람도 탈출하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돼 전형적인 소사의 비극을 당한 것이었다. 46구의 소사체는 생전에 사용하던 몇 개의 교실들 책상위에 비참한 모습으로 안치되고 당시 교통부장관 백 ○○씨를 비롯한 고위관계자들도 시체안치 현장에 나와 대책에 부심하고 있으며 넓은 운동장은 유가족 학부형들로 가득 메워진 가운데 개인식별 감정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형편에서 우리 과학수사팀은 손 빠르게 검시 및 간단한 부검작업에 들어갔다.


시체들 가운데에는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고 개인식별이 용이한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소사체에서 특징적으로 볼 수 있는 투사형자세를 비롯해 사지를 비롯한 신체의 일부가 파절·손실되고 고도의 탄화에 이르기까지 개인식별에 난점을 보이는 등 다양했다. 즉 소사체들의 외관적 소견은 다소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적으로 전신 체표면에 걸쳐 건열에 노출됨으로써 피부는 황갈색의 변색과 더불어 경고하고 건조된 상태를 일부 보이는 외에 극히 더욱 심한 부위에서는 피부와 피하조직이 쪼개어져 분리되거나 완전히 탄화돼 목탄과 같은 상을 보이며 두부에 화상열종을 보이기도 하고 11명은 모두 전두골과 두정골이 파괴, 소실되고 두개강 내용물의 소실을 가져왔고, 사지의 피부는 위축되고 곳곳이 파열되고 그 변연은 절창과 유사하게 예리하며 골격이 노출되고 불규칙하게 골절내지 파절돼 소실돼 있다.


악관절은 대부분 폐구상태이며 용이하게 개구시킬 수 없고 설첨은 모두 구강내에 있으며 몇예는 6전치의 치관부가 모두 탄화에 이르고 있으나 치근부는 건재하고 그 밖의 소사체에서는 대체적으로 치아가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치아검사 및 혈액형검사 소견을 중심으로 검사한 자료와 생전에 작성된 신체검사표에 기록된 사항과를 대조해 비록 동일한 연령층의 개인식별이 매우 어려운 대상들이었으나 성공적으로 개인식별을 해냄으로써 내열성이 강하고 개인특징점이 많은 치아조직 및 구강치료상태에 의한 법치의학적 방법의 우수성을 학계와 관련기관들에 알리게 돼 그 이듬해 말에 발생한 역사적인 대형화재사건인 대연각호텔 화재사건에서 주도적으로 법치의학적으로 개인식별을 수행토록 의뢰 받는 계기가 됐다.


이 경서중학생 수학여행중 교통사고의 사망자 시체를 신원확인 하면서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희생시체의 신원이 발표될 때 마다 해당 유가족들이 소사체를 애워 싸고 오열과 곡성이 터져 나오는 안타깝고 안쓰러운 작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어느 묵직한 손이 필자의 어깨를 톡톡 치면서 잠시 보자고 한다. 조금전에 자기 동생의 시체를 찾은 청년이다. 얼굴의 표정이 자못 험악하다. 사연인즉 찾아준 시체가 자기 동생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놓고 엉터리로 하는 것이 아니냐고 으름장을 놓는다.


시체에는 금속제 목걸이를 하고 있는데 자기 동생은 목걸이를 한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순간 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당황할 일이다. 등에서 식은땀도 흐른다. 하나가 틀리면 모두 틀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가뜩이나 소사체의 형태가 하도 험악한 숯덩이를 부둥켜 안고 얼이 빠져있는 터에 한쪽에서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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