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경영 알아보기(46)김명기 서울치대 치과경영정보학교실 교수]직감을 개발하라 행동경제학 (2)

2007.10.25 00:00:00


프로골퍼는 필드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공이 날아가는 코스와 공이 떨어지는 목표 지점을 머리 속에 그릴 뿐 아무 생각이 없다" 라고 답한다. 반면에 초보자는 골프 교본에서 본 스윙의 규칙을 몸에 담고자 한다. 그래서 머리 속은 항상 복잡하고 몸은 경직되고 미스-샷을 날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샷의 결과는 항상 프로골퍼가 초보 골퍼를 앞선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좀 동떨어진 예이기도 하지만, 경영/경제학자가 학문이 낮은 사람들 보다 재테크에 실패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인간의 정보처리 프로세스에는 직감적인 것과 분석적 부분의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이중 프로세스이론"이라고 한다. 시스템Ⅰ이라고 불리는 것은 직감적이고, 연상적이며, 경험적이며, 자동적이며, 병렬적이며, 순간적인 처리 기능을 뜻한다. 상대적으로 시스템Ⅱ라는 사고는 분석적이고, 통계적이며, 규칙 지배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는 사고처리를 말한다. 앞서 골퍼의 예에서 프로골퍼들은 시스템Ⅱ라는 과정에서 부단한 노력을 거친 끝에 실제 현장에서 시스템Ⅰ이 우선적으로 작동하게 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시스템Ⅱ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시스템Ⅰ도 잘하는 것은 아니며, 그 반대도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교육은 시스템Ⅱ의 사고 방식을 중심으로 가르칠 수밖에 없다.


필자가 학교에서 치과경영학을 가르치면서 고충을 겪고 있는 부분은 바로 시스템Ⅱ는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데 시스템Ⅰ의 부분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그렇다고 시스템 I에 해당되는 사례를 가르치다 보면, 치과경영학이라는 학문의 보편성과 객관성을 잃게 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고충에 대한 해결책은 이론과 지식을 가르치되 사례 문제를 통해서 보다 사고의 틀을 제시하고 학습자 스스로가 문제를 풀어 보게 하는 식이다. 이런 식의 접근은 이미 MBA과정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 즉 시스템Ⅱ를 바탕으로 시스템Ⅰ으로 처리 과정을 넘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마치 바둑에서 ‘정석을 익히되 실전에서는 정석을 잊으라"는 교훈과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즉 실전에서는 직감이 논리를 우선하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 ‘지난 주에 몇 번이나 데이트를 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하자.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은 무관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질문의 순서를 바꿀 때 결과는 데이트 횟수가 높을수록 행복한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보여주는 메시지는 행복이라는 목적을 설명하는 데이트 횟수를 물을 때 사람들은 행복의 ‘경험 속성"으로 데이트를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행동경제학에서는 경영학과 같은 체계적 지식 못지 않게 직감과 경험에 의한 교훈을 중시하고 있다. 치과 경영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개업의들도 이 점을 귀담아 두어야 할 것이다. 일부 치과의사들이 경영의 문제를 도외시 하는 경우가 있는 데, 그들은 자신의 타고난 직감적 능력과 현장 경험을 사장해 버릴 수 있다 점에서 아쉽다. 치과 경영에 관심과 열심을 가지고 자신들의 개업 현장을 들여다 본다면 경영적 묘수를 얼마든지 찾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꼭 경영학을 배워 지식이 있다고 해서 훌륭한 경영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는 현장을 살펴서 볼 줄 아는 사람이 경영적 직감을 발휘하는 경우, 더 큰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직감적 능력은 경영지식이 있을 때 더욱 탁월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자칫 경영 지식에 고착한 나머지 경영의 직감적 영역을 무시하는 경우, 경영 지식은 관념 수준에 머무르기 쉬우며, 심하면 지식이 아니라 고지식한 편견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