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119]환자에게는 잔정을 주지 말고 큰 정을 주어야 한다

2007.11.01 00:00:00

질병의 예후에 대해 감상에 젖어
잔정을 주는 일은 삼가는 것이
의료사고 예방에
‘금과옥조’라고 생각한다.


필자와 친분이 있는 S신경외과에서 1987년에 일어난 사건이다. 50세 남자 환자가 두경부 손상으로 출혈이 낭자한 상태가 돼 응급실에 실려 왔다. 환자 가족들은 걱정이 돼 동장군 살 맞은 듯 와들와들 떨면서 원장의 소매를 부여잡고 애원으로 사정을 했다.
“원장님! 지금 상태는 어떻습니까? 살 수는 있겠습니까? 거절하지 마시고 수술이라도 한 번 받을 수 있게 해 주세요”
가족들은 눈물로 호소하며 원장에게 매달렸다. 평소 마음이 착하고 잔정이 많은 원장은 환자의 가족들에게 측은한 정을 느끼며 “별일 있겠습니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시고 조용히 기다리세요”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장시간에 걸친 수술은 끝났으며 의식이 회복되기를 기다렸지만 환자는 영영 깨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사망한 것이다. 물론 수술 전에 환자의 보호자로부터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하는 각서와 수술동의서도 받아 놓았었다.


그러나 최선만 다 해주면 원이 없겠다고 애원하던 환자 가족들은 180도 돌변해 환자를 살려내라고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원장! 죽일 놈, 살릴 놈, 사람새끼, 소 같은 새끼, 하루가 지나면 더 많은 응원부대가 오고 이틀이 지나면 더 많은 농성부대가 와서 신경외과 병원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원장이 별일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소? 그래 놓고도 생사람 죽인 것이 아니란 말이요?”
사실은 S원장이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인데 그것이 환자 가족들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해 준 격이 돼버려서 복잡한 사건으로 발전하게 됐다. 병원 측에서는 환자가 너무 중증이어서 사망할 수밖에 없다는 학술적인 근거와 각서를 앞세워 설득을 폈으나 이성을 잃은 그들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 알량한 잔정 때문에 곤욕을 치르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S원장 측에서도 작전을 세웠다. 환자 측에서 20여명이 몰려와 농성을 벌리고 있었고 병원 측에서는 여기에 대응해 30여명의 교인·친지들을 동원해 숫자로 맞섰다. 경찰에 신고했으나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다. 30여명의 병원 측 사람들이 20여명의 환자 측 사람들을 몸으로 밀어내며 “법정에 가서 정정 당당하게 판가름하면 될 것 아닙니까?”하며 환자 측보다 더 큰 소란으로 대응을 했다. 그러니까 그들은 한풀 꺾여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환자 측 입장도 딱하기만 하다. 사실 죽음에 직면한 처지에서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더욱 확대해 보고 싶은 심경이 될 것이다. 원장의 별일 없을 것이라는 위로의 한마디는 그 어렵고 긴박한 상황에서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단단한 돌에 새겨 놓았을 것이다.


이런 사건은 비단 신경외과에서만 일어나겠는가! 치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소지가 있는 사례이다. 불우한 환자에게 치료비를 절감해준다던가 무료진료를 해주는 큰 정을 주는 것은 인술자로서 바람직한 일이겠으나 질병의 예후에 대해 감상에 젖어 잔정을 주는 일은 삼가는 것이 의료사고 예방에 ‘금과옥조’라고 생각한다.

 

 


위사례에서와 같이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 측에서 밀고 나오고 다시 병원 측에서는 더 많은 숫자의 인해전술을 쓸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분쟁조정을 받도록 의료법 제54조 2항에 의료심사조정위원회(醫療審査調停委員會)를 두도록 돼 있다.
의료분쟁 발생시 관계당사자는 도지사나 광역시장에게 분쟁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분쟁의 원인이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사이에 신청해야 한다.

신청요령은 별지 제 22호의 그 서식의 신청서에 다음의 자료를 첨부해 광역시장이나 도지사에게 제출한다.
1

) 분쟁조정 신청사유 발생서
2) 분쟁대상 사실에 대한 증거자료 (의료인 신청시)
3) 기타 분쟁조정에 필요한 자료

분쟁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지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