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경영 알아보기(48)김명기 서울치대 치과경영정보학교실 교수]자연치아의 경제학 행동경제학 (4)

2007.11.08 00:00:00

사람들은 수중에 현찰 몇 만원이 내일 들어올 돈 10만원 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일러"는 ‘보유효과"를 설명하면서, “50년 전에 5달러를 주고 산 와인이 현재 시가는 35불인데 100불에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두고 보유효과라 한다. 보유효과란 사람들이 어떤 물건이나 상태를 실제 소유하고 있을 때 그것을 갖지 않고 있을 때 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80세까지 20개의 자연치아를 갖자는 운동이 일본에서 크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치아 살리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런 캠페인은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보유효과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보유효과는 지금 갖고 있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매긴다는 뜻이다. 이는 사회과학에서 말하는 현상이지만, 자연과학의 한 분야인 치의학적 관점에서도 지금까지 내가 사용하던 치아를 유지,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구강 질환의 특성은 만성퇴행성으로 진행한다. 여기에는 젊은 시절의 구강건강이 가장 좋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그래서 가장 좋았던 구강건강 상태를 잘 유지 보수해준다면 누구나 최상의 구강건강을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사람 사는 일이 늘 그렇지만 최상의 구강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원칙을 최우선으로 세상을 살아 갈 수는 없다. 살다 보면 구강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게 되고, 먹고 살기 위해 뛰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건강을 도외시 한 채 술과 담배도 하게 된다. 결국 나이를 먹게 되면서 구강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생체 현상이기도 하다.


임상 치의학이란 최상의 구강건강 상태에서 일탈한 상태에서 가능한 한 최선의 노력으로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기 위한 학문이라고 풀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문적 특성도 보철의 補는 ‘보태고 고친다"는 뜻이며, 보존의 保는 ‘지키고 보전한다"는 취지이며, 교정학도 정상에서 이탈된 상태에서 정상으로 돌려 놓기 위한 지식이며, 다른 임상분야도 마찬가지의 지향점을 갖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임상 치의학은 ‘손실을 회피하며 현상유지를 지향하는" 학문으로 볼 수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현상 유지를 원하는 소비자 행동을 ‘현상유지 바이어스"라고 말한다. 억지로 꿰어 맞추자면, 사회과학의 현상과 치의학적 지향점이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일부 개원가에서 공격적으로 외과 시술을 하거나 무작정 임플랜트를 권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이는 임상 치의학이 지향하는 원래 취지를 벗어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갖는 일반적인 행동 심리로서 ‘보유효과"와 "현상유지"를 도외시하는 의도적 일탈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시술자가 고객에 비해 압도적으로 지식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행동을 왜곡시키는 행동이다. 간혹 소비자 주의, 즉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진료를 선택하게 할 때, 소비자는 의학적으로 옳고 그름을 무시한 채 심미적 욕구나 일방적 가치에 의존해 외과적 접근을 원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이런 경우라면 치과의사는 다양한 진료전략 대안을 제시하고, 시술에 따르는 결과를 예측해 주고 각각의 대안에 따르는 장단점을 설명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소비자 주의에 부응하는 길이다.


‘자연치아 살리기" 캠페인을 개업가 의사들이 중심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은 사뭇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상 진료의 본원적 가치를 살리자는 일이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평생 구강건강을 고려한 경제적 가치를 최대한 높이기 위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캠페인에 머물지 아니하고 개업 치과의사들의 자긍심을 높이며 나아가서 치과계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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