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교수의 법치의학 X파일(58)]치과치료상태 소사체 식별 유용

2007.11.19 00:00:00

<1594호에 이어 계속>


대연각 호텔 화재사건에서는 고층 건물화재의 특성상 굴뚝효과를 보여 시신의 탄화정도가 높았으며 전형적인 소사체의 모습으로서 두개 부위가 파열돼 나가 안면부가 별로 남지 않았거나 사지의 훼손이 심한 경우, 동체의 일부만 잔존한 경우 등이 많아 통상의 외관적 식별 방법으로 신원확인 감정은 엄두도 못 낼 지경이었다. 실제로 시내 굴지의 종합병원과 국공립병원 등에 분산 안치된 소사체를 일반의들은 겨우 분류작업만을 시행했을 뿐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으며, 법치의학적 방법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개인식별, 신원확인 작업이 진행됐다.


오늘날에는 대형참사사건에 여러 분야의 의료팀과 식별팀이 전문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접근, 분석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우리나라 과학수사 분야가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개인식별 분야의 강팀이 됐으나 그 시절에는 고난도의 감정은 어렵사리 필자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유가족의 집단행동을 방지하려는 의도였는지 서울시내 동서남북 각처로 시신들을 분산, 안치시켜 놓아 개인식별 감정 작업을 체계적으로 능률적으로 수행하기에는 너무 힘든 행정적 조치를 취했던 것을 이 시점에서 돌이켜 생각한다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유가족으로부터 신고 받은 생전의 자료와 시체에서 얻은 사후자료, 특히 방사선사진분석, 치아 및 전신 골격의 분석 등 고전적, 전통적 법치의학적 방법으로 45구의 신원확인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유가족에게 인도할 수 있었으므로 우리나라에서 법치의학이 대량재해 개인식별에서의 비중이 높음을 일반 국민들에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음을 보람으로 생각한다.


성별감정은 동체가 있는 시신에서는 골반골이 성별판단에 주로 사용됐으며 여성내부생식기의 조직표본을 통하여 판단하기도 했다. 연령은 주로 치아의 방사선 사진을 통한 치수강의 상태, 치근단 상태의 분석으로 행했다. 구강검사 특히 치과치료상태는 탄화된 소사체는 물론 일반시체의 개인식별에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 특히 일본인 희생자 등 외국인에게서는 그 당시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은 보철 치료물이 식별에 결정적 근거가 되기도 했다.


소사체에서도 화염에 직접 접촉되지 않은 시체에서는 두부에서 모발이 일부 채취되기도 하여 희생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생전에 입었던 옷을 집에서 수거하여 부착돼 있는 모발과 대조검사를 행한 것은 당시로서는 재미있는 착안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끝내 17구의 신원확인은 성공하지 못했는데 이는 현장 시체수습과정에서 미비점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고 워낙 탄화정도가 심하고 엉켜붙은 시체는 여러구가 한구의 시체로 오인될 정도의 상태여서 그러한 결과를 초래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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