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119]진료 중 주의하지 않으면 치과의사의 간염 감염률은 100%다

2007.11.22 00:00:00


지난날 해태 타이거즈의 중견 타자였고 3점 홈런의 사나이로 불리던 한모 후배와 고교 동문회에서 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다. 팔목의 힘이 아주 세다는 평이 있어 팔에 힘을 주어보라고 했더니 팔의 근육이 뭉쳐 단단하기가 무쇠팔 같았다. 그렇게 튼튼한 야구선수가 어떻게 해 해태에 오기 전 구단에 있을 때 간염으로 몇 개월간이나 고생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 대답은 운동을 하기 위해 산등성이에 올라가 약수터에서 거기에 놓여있는 바가지 그릇으로 물을 떠 마셨는데 그 후 병을 앓게 됐다고 한다. 용기 접촉에 의한 B형 간염에 감염됐다고 사료된다.


10여 년 전 B형 간염에 대한 검사가 시민들에게 유행처럼 된 적이 있다. 우리 가족들도 모두 검사를 받은 바 있다. 전부 음성으로 반응됐는데 필자만 벌써 면역항체까지 형성된 결과로 보여 깜짝 놀랐다. 언제인지 모르는 사이에 감염이 지나갔으며 항체까지 생긴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치과환자에게서 감염된 것이 틀림없다고 단정을 내렸다.


1971년 월남 전쟁이 한참 치열했을 때 주 월남한국군사령부(사이공)에서 1년여 동안 근무한 적이 있다. 월남인들은 전쟁 중이라 비위생적이어서 80%가 간염보균자라고 한다. 그 당시 대민봉사를 하기 위해 하루 평균 100여 명씩 진료를 했으며 수은주가 40℃를 오르내리는 기온에서 마스크를 쓰고 그로브를 낀다는 것은 숨이 헉헉 막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노출된 상태로 진료에 임해 감염됐으리라고 생각된다. 사실 이 공로로 국가로부터 인정받아 1등 훈장을 받았고 후손에게 물려줄 제3의 가보로 보관하고 있기도 하다.


전염성 간염에는 바이러스 A. B. C형 및 델타 간염이 있다. 이들의 증상은 비슷하나 그 각각은 각기 다른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돼지며 그 질병의 잠복기, 감염경로, 그리고 질병의 진행 정도에 있어서 심한 차이가 난다(표 참조).


 


A형 간염은 장 바이러스 계열(Enterovirus)의 RNA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된다. 감염경로는 타액, 오염된 물이나 우유, 음식물 섭취가 주경로이다. 재채기(공기) 등으로 전도되기도 하며 비경구적으로도 가능하나 아주 드물다. 전 인구 중 15세 이하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다. A형 간염의 잠복기는 15~45일 정도이다. 후유증은 별로 없으며 문제가 되지 않는 간염이다.


B형의 경로는 혈액, 체액(타액, 정액), 바늘로 인한 상처 등 직접·간접으로 혈관에 들어가는 것 등이며 간세포 손상을 초래하게 되고 간경화, 간암 등의 원인이 된다. 특히 간암의 70%는 B형 간염에 의해 발생된다는 보고가 있다. 잠복기는 28~180일이다. C형의 경로는 혈액을 통해 비경구적으로 사람과의 접촉에 의해 그리고 대변에 오염된 것을 섭취하므로 감염된다. B형간염과 비슷한 C형 감염은 주로 보균자에 의해서 전염되는 것으로 생각돼지고 있다. 특별한 항원이나 항체가 발견된 것이 없다. 잠복기는 49∼56일이다.


Delta 간염의 경로로는 혈액을 통해서만 전염되는데 대부분의 대상자는 약물 중독이나 혈우병 환자 같은 혈액이나 혈액제품 사용자들이다. 잠복기는 28~180일이다. 치과의원에 내원하는 환자 중 간염 보균자는 8~10%로 이 중 30%만이 비 활동성 보균자이며 70%가 활동성 환자라고 알려졌다. 예를 들어 50명이 일일 치과진료 인원이라고 한다면 이 중 4명 정도는 우리에게 감염시킬 수 있는 환자인 셈이 되겠다. 진료 중 조심하지 아니하면 치과의사의 모두가 간염에 감염될 확률이 있다고 할 만큼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이다.


치료 중 마스크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이 마스크도 앞뒷면을 표시해 사용해야 한다. 환자 진료시 그로브를 장착해야 한다는 것은 필수요건이다. 위와 같은 경종이 울리고 있는데 아직도 진료 중 조심하지 않는 술자가 있다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박종수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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