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사고(事故)/김호영 본지 집필위원

2007.12.03 00:00:00

자신이나 가족, 주변의 지인들이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해 병원의 응급실에 가게 될 경우가 있을 것이다. 증세가 위중한 경우에는 큰 병원에 가게 될 것이다.
응급실에서 전문의의 진료를 바로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거의 상식이 돼 있다.
응급실에서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우선 만나는 것이 상식이고 한밤중이나 새벽에 빠른 시간 내에 전문의를 만나게 되는 것이 비상식적인 일, 그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야기할 것이다. 의사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그럼 정말 의사가 부족한가? 시내의 건물마다 즐비한 병의원들은 의사가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경험이 많은 전문의들이 제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에, 정작 우리가 필요한 시간에 만날 수 있는 의사들은 경험이 부족한 수련의들이나 인턴들인 것이다. 그들에게서 노련한 처치를 바랄 수 있을 것인가?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 아마도 당신 바보 아니냐고 할 것이다.


이런 현실이 용인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최근에 의료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의료인들이 노력하는 와중에 어처구니없이 의협 회장이 불법 정치자금 제공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동영상이 뉴스에 보도가 되는 장면을 목격했다. 일설에 의하면 질의과정에서 협회장을 끈덕지게 물고 늘어진 사람이 있었고, 그 와중에 평소 실언이 잦았다는 협회장의 발언을 잽싸게 동영상으로 찍은 사람이 있었으며, 이것이 자신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준다고 판단한 사람이 그 동영상을 방송국에 넘겼다는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반대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적을 만들며 살아가기도 하기 때문에 어찌됐건 협회장을 끌어내리려는 의도가 있는 적대적인 사람이 했던 일일 수 있지만 이 사건을 좀 달리 보는 시각들이 있다. 의료법 개정을 둘러싸고 큰 병원을 경영한다는 사람들이 가진 생각이 어떤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큰 병원에서 수련의들이 저임금으로 진료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현 시스템은 어찌 보면 큰 병원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이며, 이 이윤이란 의료계 전체의 이익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의 몫이란 사실이다. 이런 시스템은 의사에게나 환자에게나 억울한 사고를 양산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런 억울한 일을 ‘의료사고’라고 밀어붙이며, 이것을 의료인 개인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이다. 그래서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책임까지 묻겠다는 이야기가 일반인들의 호응을 받기까지 한다.


그래서 추진되고 있었던 것이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인가 하는 것이었다.
의료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면 예방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데, 현재의 잘못된 시스템은 그대로 덮어두고 가겠다며 저따위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저들이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럽다.


저수가로 인해 적시적소에 전문의들이 근무할 수 없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적시적소에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이 문제가 의사들이 늘어난다고 해결이 될 문제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들의 숫자가 어디까지 늘어나야 저임금에 응급실에서 야간근무를 마다하지 않을 전문의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런 시절이 될 때까지는 억울한 사고는 계속 방치돼야 한다는 것일까? 의료수가의 저수가 정책에 성공했고, 이런 싼 값에도 큰 병원이 돌아가게 하는데도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기대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현실에서 정당한 주장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겠는가? 그들에게 묻고 싶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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