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교수의 법치의학 X파일(60)]삼풍백화점 사고의 식별 교훈

2007.12.03 00:00:00

투숙객 명단이나 탑승자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는 호텔화재나 항공기사고와 달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개인식별을 해야 하는 대형 백화점 붕괴사고나 지하철 열차사고와 같은 대형참사의 경우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에는 가출자 등 실종자가 평상시에 30~40만에 달하는 것으로 돼 있어 이러한 사고시에 많은 사람들이 신고하는 경향이 높으므로 더욱 난점이 있다. 또한 거액의 보상금을 노린 허위신고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실정이어서 보다 정확한 감정의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사고의 성격과 특성상 신속한 수습의 필요성 또한 절대적이어서 정확한 감정과 더불어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조직과 운영작전이 요구되며 이러한 면에서 우리나라는 그동안 많은 대형참사를 접하면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IT 등 정보분야와 유전자감식분야 발전에 힘입어 오늘날 이 개인식별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에 있다고 자부한다. 지난번 서남아시아를 휩쓴 쓰나미때 희생된 여러나라 사람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희생자 전원의 신원확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를 입증한다 할 것이다. 우리가 참사를 만났을 때 가져야 할 태도에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생존자에 대한 구출이며 다음으로는 사망자의 시신 수습과 신원확인이다.


이때 생존자의 구출은 절대절명의 응급상황으로서 촌각을 다투는 일이고 부상자의 이송과 응급처치 등에 모든 역량을 발휘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반면 시신의 수습 등은 소위 ‘emergency is over’ 상황이며 서두를 것이 아니라 신속하되 정밀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현장을 꼼꼼히 분석적으로 조사할 것이 요구된다.
police line을 설치해 현장이 훼손되지 않도록 본부 통제하에 조직적으로 접근할 것이며 불필요한 많은 요인들의 방문도 막아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큰 경험이 됐고 많은 교훈을 남겼다.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동 소재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5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이들 중 시신을 찾지 못한 109명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시신을 찾고자 감정의뢰 됐다. 붕괴사고현장을 수습한 후 최종적으로 시신을 찾지 못하고 경찰수사에 의해 실종으로 처리된 사람은 109명이었으나 실제 감정의뢰 건수는 심한 압괴 손상을 받아 신체의 상당 부분이 소실된 시신과 신체 일부나 골격이 남아 있는 경우를 합쳐 모두 270여건에 이르렀다.


이들의 개인식별에 대해 1995년 6월부터 3개월여에 걸쳐 법의부검팀, 법의생물학팀, 유전자지문검사팀, 법의방사선팀, 물리분석팀 그리고 법치의학팀 등 국내의 대부분 법의과학 전문가들이 총동원돼 역사적인 합동조사를 하게 됐다. 이 조사를 위한 팀 구성은 필자가 소장으로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주축이돼 각급 대학의 교수들이 대거 참여해 협력체계를 만들었으며 이러한 구성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수습과정에서 행정적으로는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음이 또한 사실이며 이후에 발생된 재난에서 한 발 앞선 수습대책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가운데에서는 초기에 생존자 구출에만 몰두한 나머지 현장 유해들을 중장비를 동원해 마구잡이로 퍼내어 난지도 쓰레지 매립장의 일반 쓰레기더미에 유기 방치함으로써 많은 시신들의 훼손을 초래, 시신수습과 식별에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바도 있다.


신원확인 작업도 애초부터 다각도로 신중히 분석 검토하는데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백화점 한 여직원이 사망처리돼 잔해의 화장처리 후에 실제로는 생존자로 유가족 앞에 나타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시신이 입고 있는 근무복의 명찰을 보고 희생자로 단정한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사고 당일 사고를 당한 친구에게 대신 근무를 부탁하고 아예 친구에게 자기 근무복을 입도록 했다. 이와 같이 의복, 소지품 등은 절대적인 신원확인 자료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다음에 계속>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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