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경영 알아보기(55)김명기 서울치대 치과경영정보학교실 교수]名醫 따라잡기 지식경영 (6)

2008.01.17 00:00:00


소설 ‘동의보감"에 나오는 허 준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명의임에 틀림없다. 당시의 의학적 수준을 뛰어 넘는 기적과 같은 일화를 많이 남겼을 뿐 아니라, 아직도 한의학도들이 참조한다는 의서를 남겼으니 말이다. 그런데 허 준 이후에 그 만한 수준의 명의가 다시 등장하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유의태 선생과 같은 헌신적 스승이 없어서 그럴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지금도 유의태 선생의 그 열정에 버금가게 자기 분야 학문에 불철주야 노력을 아끼지 않는 훌륭한 교육자들이 많이 있는데, 여전히 허 준에 버금가는 의학자를 발견하기 힘들다.


해답의 실마리를 우리의 교육제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치의학은 과학적 지식이며, 과학이 갖는 속성으로 보편성의 체계를 갖추고 있기에 대중 교육시스템으로 교육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에, 유의태 선생 식의 도제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 과학적 지식이란 체계적 서술이 가능하며,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입증 가능한 사실들의 체계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임상진료에 필요한 지식 전부를 과학적 테두리 내에서 설명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임상 치과의사들은 익히 알고 있다. 지식 경영 분야의 대부라 일컫는 ‘노나까"는 과학적 표현이나 설명으로 전달하기 힘든 지식을 통칭해 ‘암묵지(暗默知)"의 지식이라고 칭하고 있다.


노나까의 책에서 암묵지의 지식을 잘 설명하고 있다. “한 때 일본에서는 제빵기계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뒤 늦게 이 시장에 뛰어든 ‘내쇼날" 전기는 경쟁사 제품을 따라 잡기 위해 어떤 여자 엔지니어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당시에 오사카의 한 호텔에 맛있기로 이름 난 빵집의 주방에 이 엔지니어가 무급으로 취직했는데, 이 여자는 주방장 조수부터 시작해서 2년 동안 주방장의 빵 만드는 과정을 조사, 분석했다. 그리고 그 주방장의 노하우를 엔지니어링해서 제빵기에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주방장이 가지고 있던 지식은 암묵지의 지식인데 이 지식들을 공학적으로 조사, 분석해서 형식지(形式知)의 지식으로 변환했던 것이다. 즉 암묵지적 노하우를 공학적 지식을 변환이 가능했다면, 그 다음은 그 지식을 제빵기라는 기계로 옮겨 담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명의라고 칭송받는 치과의사 몇몇 분이 계신다. 필자가 직접 치료를 받으면서 살펴 보기도 하고 다른 환자를 진료하는 장면을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었다. 환자들이 진료 결과에 만족하는 것은 물론 필자가 보기에 그 분은 분명히 다른 치과의사와는 차별되는 점이 있었다. 자신 만이 갖는 특별한 노하우와 진료 현장을 싸고 도는 고도의 정신력(high-spirited)이 그들의 손길에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그 분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임상적 노하우는 대중교육으로는 전달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한다. 일종의 암묵지에 속한 지식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명의 선생님들은 자신만이 갖고 있는 지식을 가능하다면 학생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으나, 여건이 허락하지 않음을 안타까워 했다.


치과대학 교육이 불충분해서 그런지, 개업가 치과의사들을 상대로 각종 연수, 세미나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고, 임상 분야의 각 학회 마다 학술행사에 사람들은 넘친다. 그런데 막상 이 시대의 명의들이 익힌 암묵지의 지식은 그런 프로그램이나 행사에서 얻기 힘들어 보인다. 암묵지의 지식은 단발성의 연수 프로그램으로는 전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명의들 스스로도 자신의 노하우와 손끝 기술의 기법을 어떻게 형식지의 지식으로 옮겨 놓을 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명의들의 암묵지를 탐구할 엔지니어, 이를 테면 오사카 호텔 주방에 몸을 담았던 그런 엔지니어의 도움이 필요하다.


좋은 치과의사를 만드는 것이 대학의 사명인 데, 아직도 우리 대학의 교육은 미국식 대중 교육의 틀을 벗어 나고 있지 못한 점, 대학에 속한 필자도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 교육공학에서 말하는 기술융합, 즉 엔지니어와 임상의가 만나서 창조적 지식을 찾아내는 지식변환 작업이 요구된다.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