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소경의 등불같이/손창인

2008.02.11 00:00:00

‘탈무드’에 나오는 얘기이다. 한 여우가 포도원 근처에 살고 있었다. 포도원의 포도는 맛있게 익어 들어가 따먹고 싶었다. 그러나 포도원의 울타리는 틈새가 좁아 도저히 들어갈 도리가 없었다. 포도는 탐스럽고 달콤한 향기를 내뿜고 있어 여우를 미치게 했다. 여우는 한 꾀를 생각해 내었다. 며칠을 굶어 살을 뺀 여우는 간신히 포도원으로 들어가게 됐다. 며칠을 굶은 여우는 포도를 먹는데 눈이 뒤집혀 빠져 나갈 방법을 잊고 있었다. 배가 뚱뚱해진 여우는 포도원 속에서 며칠을 굶고서야 울타리를 빠져 나갈 수 있었다. 이 우화에서 보듯이 욕심이란 결국 덧없이 날아가 버리고 허무만이 남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태어날 때는 세상 모든 것을 다 손아귀에 넣으려 주먹을 움켜쥐고 태어나지만 죽을 때는 누구나 손을 펴고 죽는 이치와 같이 욕심으로 채운 것은 결국 끓는 물에 떨어지는 눈과 같이 사라져 버리게 돼 있는 것이다.


요즘은 경제불황과 치과의사의 수적증가로 개원가의 경영악화가 심각한 지경이다. 의원간의 과열경쟁, 그로인한 과대광고, 허위광고, 게다가 보조인력의 구인난 각종 규제로 인한 지출, 인건비 상승, 낮은 보험수가, 금값 폭등, 고가의 재료비 뭐하나 긍정적인 구석이 없다. 결국 개원가는 무리한 진료를 하거나 환자를 돈으로 보는 풍조, 이웃치과와 불협화음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하루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남보다 나아야 되고 남보다 많이 수입을 올려야 된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이제는 치과경영에 마케팅이란 용어가 쉽게 오르내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치료해주고 치료비 받아 매출을 올리는 것? 어떻게 보면 상업적 마인드가 옳은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간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병원은 영업하는 장소가 아니다. 그래서 영업세가 없다. 왜 모든 의료단체가 병원을 영업의 의미에서 팔려하려 하는가? 치료행위를 상업적 잣대로 본다면 제일 먼저 사라지는 것이 병을 다스리는 선생님으로서의 존경의 위치이다. 대다수의 의사들이 최소한 이것만큼은 지키려하고 있다. 물론 병원이 어려운데 무슨 말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적자는 어떻게든 메울 수 있지만 국민으로부터 잊혀진 존경의 상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치료비란 치료에 대한 감사의 표시가 그 근본의미이다.


그러나 요즈음의 세태는 돈이 만능이고 모든 가치의 척도가 돈이 되어 버렸다. 돈이 있으면 존경받고 비싼 것이면 무조건 좋다는 풍조가 우리 치과계에도 만연되지 않았는지를 성찰해 볼 때이다. 만약 이런 의식으로 환자를 보는 의사가 있는지? 자문해볼 때이다.
지금의 불황으론 혼돈된 시대에 의사 윤리를 따진다는 것은 가치 없는 덕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로서의 정직과 양심을 잃게 되면 그 사회는 바로 파멸에 이른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모름지기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서 질병을 관찰하고 거기에 합당한 치료를 해야 할 것이다. 의사의 주관이 법의 테두리 내에 보호받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이용해 부의 축적에 몰입한다면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은 의사가 아니다.
환자의 경제력과 병의 상태에 합당한 진료를 했을 때 의사는 환자로부터 믿음과 존경을 얻게 된다. 더불어, 흡족해 하고 고마워 하는 환자로 부터 기쁨과 보람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환자가 바라는 것은 비싼 진료가 아닌 의사의 배려와 의사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밤길을 걸어가는 소경이 있다. 그의 손에는 등불이 들려있다. 그 등불은 밝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마주오는 사람이 볼 수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등불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자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우리가 보험수가가 낮다고 마땅히 해야 할 진료를 기피할 때 우리는 환자로부터 얻는 소중한 존경과 보람을 잃게 된다
한 평생 의사로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 재물도 명예도 결국 사라져 버리고 남는 것은 보람과 존경의 마음일 것이다.
우리를 어렵게 만드는 보험수가 등의 문제는 협회와 힘을 같이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치료를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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