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아말감과 치과의사의 선택/장주혜

2008.02.25 00:00:00


장주혜<본지 집필위원>


친환경 먹거리를 위탁 재배해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는 모 단체가 있다. 인터넷 쇼핑몰도 잘 운영되고 있어 필자의 경우 편리하게 일주일 치의 식 재료를 주문해 배달 받고 있다. 재미있는 일은 여기서 생산하는 친환경 치약에는 불소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쇼핑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수돗물 불소화 반대 국민연대의 웹사이트가 링크돼 누구나 쉽게 ‘수돗물 불소화를 반대해야 하는 50가지 이유"를 확인할 수 있게 돼 있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은 수돗물 불소화 사업을 친환경 운동과 적대적인 상관관계로 인식할 수도 있을 것도 같다. 미국의 불소화 반대와 반 아말감 운동도 이런 시민 연대에 힘입어 인권 보호와 환경문제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불소가 들어 있지 않은 물을 선택할 자유처럼, 수은이 포함돼 있지 않는 재료로 치료받을 권리를 주창하는 것은 나날이 선진화되고 있는 일반 대중들의 의식을 대변하고 있는 듯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치과의사들이 반 아말감 운동에 적극적인 면이 없지 않다. 치료에 들어가기 앞서서, 치과용 아말감이 수은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다는 설명을 들으면 많은 환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선생님, 그럼 좋은 걸로 해주세요." 그렇다면 “나쁜" 재료인 아말감은 얼마나 나쁜 것일까, 치과의사로서도 한 번쯤 궁금할 수 있는 문제이다. 반 아말감 운동을 이끌고 있는 여러 단체들의 웹사이트를 살펴 보면, 보통 이런 내용들을 담고 있다. 수은이 얼마나 유독한지 여러분들은 알고 계신지, 치과용 아말감은 흔히 ‘silver filling"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수은함량이 50% 이상 되는 수은 덩어리라는 것도 아시는지요, 라고. 아말감은 금속과 수은이(수은도 금속이지만) 결합된 합금을 일컫는 총칭이다. 수은이 포함됐다고 해도 혼합물과 화합물의 의미는 다르다. 화학반응의 산물인 아말감 합금 안에 포함된 수은은 일반적인 조건에서는 쉽게 유리 되지 않는다.

 

그 동안 구강내의 온도 변화와 수분환경, 그리고 저작행위에 의해 평생 동안 아말감에서 유리될 수 있는 수은의 양을 측정하는 일련의 연구들이 진행 돼왔었다. 1995년 Journal of dental research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아말감 수복물 한 개에서 하루 종일 유리되는 수은의 양을 0.03μm 이라고 산정하고 있다. 이는 유해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threshold limit value 인 82.29μm에 훨씬 못 미치는 값으로서 다른 오염원까지 고려해 볼 때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오염된 토양과 바다에서 얻는 다양한 농수산물, 생활 폐기물, 대기 오염에 노출돼 있는 환경을 고려해 본다면, 우리 생활은 이미 수은으로 뒤범벅이 돼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입 안에 있는 아말감의 수은을 걱정해 아말감을 제거하고 다른 재료로 교체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물을 분사해 가며 아말감을 절삭, 분쇄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수은 증기가 발생한다. 수은에 노출될까 봐 아말감을 쓰지 않는 치과의사와 역시나 수은을 걱정해서 재 치료를 받는 환자 모두 상당량의 수은 증기에 노출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진료실에서 “amalgam-free"를 선언한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아말감에 대한 보험지원을 중단 시킴으로써 환자가 스스로 아말감 치료를 기피하게 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는 수은의 인체 독성 못지않게 환경에 대한 염려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수은이 포함된 산업 산물 발생을 영원히 종식시키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기에 일단 발생된 수은 산물을 효과적으로 폐기하는 정책까지도 포함돼 있다. 정 반대의 의료 보험 체계 때문에 “amalgam-free" 정책을 쓰고 있는 게 우리 나라의 현실이다. 아말감을 쓸지 안 쓸지는 의사의 과학적 인식과 진료 철학에 기반하는 일이다. 진정으로 무엇이 걱정이 되고, 또 누구를 위해서 택하는 방법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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