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119]유치를 발치하고 보니 그 밑에 영구치가 없었는데

2008.04.03 00:00:00

1991년 4월, J치과의원에 10세 어린이 환자가 보호자와 동행해 내원했다. 상악좌측 유구치가 많이 흔들린다고 하며 발치를 요구해왔다.


J원장은 해당치아 부위에 침윤마취를 시행하고 쉽게 발치를 했다. 그리고 대합 유구치를 보니 약간의 우식증이 보였다. 보호자에게 이 치아도 교환시기가 됐고 충치까지 발생했으니 발치해 주는 것이 정상치열에 도움이 되겠다고 설득을 해 발치를 시도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현상이었다. 치근이 흡수돼 쉽게 나올 줄 알았는데 쉽지 않아 힘겹게 뽑고 보니 전연 치근이 흡수되지 않았고 깨끗한 채 그대로가 아닌가. 원장은 예감이 불길해 그 부위의 방사선 촬영을 해보았다. 어쩔 것인가? 발치창 아래 부위에 있어야 할 영구치의 씨가 보이지 않았다. 영구치만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창밖으로 그날따라 먹구름이 끼었는지 그렇게 높기만 하던 가을하늘도 캄캄하게만 보였다.


사건은 발생된 것이다. J원장은 개원한 지 3년 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 겪는 지라 당황이 되고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침착성을 잃지 않고 자세를 다시 가다듬어 보호자에게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이 어린이는 아주 드문 증례로써 선천성 결손치아가 돼 있어 영구치의 씨앗이 없어 영구치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발치된 치아를 다시 심어 사용할 수 있는 데까지 보존시켰으면 합니다.’ 그러나 어린이의 보호자는 재식술에 만족하지 않고 노기등등해 그 치아에 대한 평생 진료비 및 위자료를 요구하고 나섰다.

 

돌다리도 조심하듯 유치 발치도 조심조심


이 사례에서 보통경우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케이스이다. 그러나 예기치 아니하게 희귀한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불가항력적인 것이냐, 진료 결과 예견의무 불이행이냐, 진료과오냐’하는 법적인 문제를 접어두고 임상적으로 유치 교환 시기에 보호자와 합의해 발치 시술 중이라 하더라도 치근이 튼튼해 보이면 발치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더 안전한 방법은 유치라 할지라도 방사선 촬영으로 영구치의 맹출 관계를 확실히 관찰한 후에 발치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치 정도야 뭘!’하고 너무 쉽게 넘어가지 말 것이다.


J원장은 발치 후 양심적으로 방사선 촬영을 했으며 재식술을 시도하고 보호자에게 모든 상황을 자세히 설명한바 있다. 발치 자체는 사려 깊게 하지 못했으나 후처치는 인술자로서 당연한 행동이었다고 사료된다.
이 의료분쟁은 상당기간 끌고 간 것으로 들려왔으나 술자의 정직한 실수인정과 양심적인 행동으로 보호자에게 인간적인 양해를 받아 원만한 합의를 한 것으로 회에 보고해왔다.
결론적으로 술자는 가장 쉬운 진료의 한 술식인 유치 발치라 할지라도 가능성 있는 모든 경우를 관찰하면서 진료에 신중을 다해 임하는 것이 의무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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