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충치 개수가 다른 이유는?/장주혜

2008.04.28 00:00:00

장주혜<본지 집필위원>


요즘에는 어디를 가나 치과들이 밀집해 있어서 같은 건물 안에도 여러 개의 치과가 들어 서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동일한 상권 안에 위치한 치과들을 세어 보자면 수십 개, 수백 개에 이르기도 한다. 이렇게 밀착된 공간 속에서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치과의사들이 다양한 진료를 수행하면서 서로 공존한다는 게 어쩌면 신기한 일일는지도 모르겠다.


아파트 단지 가까이에 개원하고 있는 한 친구의 말에 따르면 매년 봄마다 학부모들간의 ‘숫자의 싸움"으로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부모들의 말에 따르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구강검진을 했더니 치료할 치아가 세 개라고 해서 어느 치과에 갔더니 금새 일곱 개가 되더라는 것이다. 혹시나 해서 다른 병원으로 갔더니 금새 다섯 개가 되고, 미심쩍어서 또 다른 치과에 갔더니 이번에는 두 개가 됐다나. 이러다 보면 그들이 치과의사들 일반을 어떻게 생각할는지는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오늘날의 의료시장은 고상하게 의사의 윤리를 논하기 보다는 기본적인 ‘상도덕"이 거론돼야 할 만큼 척박해진 게 사실이다. 여기서 누구보다도 대중들의 질타를 받기 쉬운 위치에 있는 게 또 치과의사라는 것도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얼굴 한 가득 불신의 기색을 밝힌 환자를 바라 보면 말은 안 해도 머리 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 있을지 짐작이 간다. 이러니까 당신들이 욕먹는 거란 말이야, 소리가 귓전에 왕왕거린다. 쓴 웃음을 머금으며 모범 대답을 궁리하건만 속 시원한 해법이 없다. 과거와 달리 지금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의사들마다 진료 철학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대 놓고 이웃 치과의 공격적인 경영방침을 탓하면서 욕한다 해도 제 얼굴에 침 뱉기에 별반 아니라는 것도 이미 경험으로 깨달은 바이다. 왜 치과의사들은 이렇게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환자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 식의 무안하고 당황스러웠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으리라 생각된다.


처음 내원한 환자가 누워서 입을 열고 있는 짧은 순간 우리는 아주 여러 가지의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이 환자가 그 동안 받았던 치과 시술의 흔적을 일별하며 구강위생 상태의 정도, 치아건강에 대한 관심도도 파악을 해야 한다. 평소에 즐겨 먹는 간식을 진료실까지 손에 쥐고 온 어린이 환자의 경우 식습관에 대한 분석도 순간 이뤄지게 된다. 여기에다 무엇 못지 않게 중요한 점은 이상적으로 필요한 치료계획을 받아들일 만한 경제적인 능력이 되는 지이다. 누워있는 환자의 발끝까지 슬쩍 훑어 보며 재빠른 판단이 행해진다. 이를 가지고 치과의사들이 타산적인 머리를 가졌다고 탓할 바는 못 된다. Dental caries란 이러한 모든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 multifactorial disease란 것은 이미 알려진 과학적인 사실이다. 따라서 파악 가능한 모든 병인요소들이 치료 계획 수반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다음 필요한 단계는 지금 눈으로 보이는 거뭇 거뭇한 조직 파괴의 흔적이 어느 방향으로 또 어떤 속도로 전개될 지 예측하는 과정이다. 이 caries risk assessment의 과정은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실제 진료실에서는 과소평가되는 면이 없지 않다. 바로 이 과정이 문제의 ‘숫자의 차이"을 야기하는 순간인데도 말이다. 많은 환자들이 위궤양은 매번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치과치료를 받은 지 얼마 안 돼 치아가 또 썩었다는 사실은 못 마땅해 한다.

 

 그래서 혹시 일어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초기 병변 단계에 있는 치아들을 모두 솎아내듯 치료를 해야 한다고 변론을 펴는 의사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지만 반영구적인 치과 수복물이란 아직 약속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환자의 일생을 거치는 동안 수복 물들은 여러 번의 교체를 겪으면서 점점 큰 범위를 장악하게 된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고 치과의사의 입장에서는 천만 다행인 측면도 있겠지만, 환자의 시각에서 보면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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