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 김현정, 최근 광우병 논란을 지켜보며

2008.05.12 00:00:00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광우병 논란이 있는 쇠고기의 전면수입을 미국에 약속하며 귀국해 전 국가적으로 찬반논란에 휩싸였다. 지금의 찬반논란이 2005년 말의 황우석 사태처럼 국론의 분열로까지 가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마음에 나름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조심스럽게 적고자 한다.


광우병은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을 매개로 하는 프리온 질환(transmissible spongiform encephalopathies)으로서 퇴행성 뇌질환의 하나이다. 긴 잠복기와 뇌생검 결과 뇌에 스펀지같이 구멍이 숭숭하게 보일 정도로 뇌세포의 손상이 있는데도 이에 대한 염증반응이 관찰되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사람에서는 Creutzfeldt-Jakob Disease (CJD),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vCJD), Gerstmann-Straussler-Scheinker Syndrome, Fatal Familial Insomnia, Kuru 등의 프리온 질환이 있는데, 이번에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광우병은 vCJD이다. 광우병은 1996년 영국에서 최초로 보고됐고, 환자의 역학적인 특징을 보면 평균 환자의 발병 나이는 28세로 CJD (68세)보다 젊은 나이에 발병한다. 질병에 걸린 환자는 전신의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이 저하되는 신경학적 손상과 결국에는 자리보전하고 정신분열증, 치매 증상을 보이게 된다.


필자는 광우병을 10여년 전 전공의 수련 기간 중에 광우병이 예상되는 환자의 뇌생검 전신마취를 할 때 처음 알게 됐다. 전신마취에 대한 준비는 초비상이었다. 수술과 전신마취에 임하는 사람들은 우주복 같은 차폐복을 입고 전신마취가 끝난 후에 마취기까지 폐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질환의 전염경로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박테리아도 바이러스도 아닌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이 원인이라니 참 무서운 마음으로 전신마취에 임했던 기억이 새롭다. 역시 보이지 않는 적이 무서운 법이다. 다행이 그 환자는 뇌생검 결과 광우병은 아니었다. 광우병에 관한 또 다른 기억이라면 나름 먹는 것에 삶의 의미를 두는 필자가 2000년 초에 영국 방문 기간 내내 어른들의 신신당부로 기름이 덕지덕지한 피시 앤 칩스만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광우병이 보고됐던 영국에 사는 영국인들은 소고기를 포함해 먹을 것 다 먹는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로웠다.


광우병에 대한 역학, 병인, 전파경로 등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많은 낭설들이 이 병에 대한 공포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논리가 아닌 전문가들의 사실에 입각한 광우병에 대한 진실이 사람들 사이에 공유됐으면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광우병 환자에 대한 보고가 없었다.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학이 있을 수 없기에 신경과학 등 관련 학계에서 광우병 관련 학문적인 보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같은 합의를 도출해 국민들에게 제시했으면 한다.


전문가 집단의 책임과 의무는 자신의 지식이 사회로 환원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미국사람들이 먹는 쇠고기 관리규정들과 똑 같은 규정을 적용해 우리나라에 미국 소고기가 수입된다면 큰 문제가 없을 듯 하니 현재 한미 간에 체결된 소고기 수입 관련 합의를 다시 한 번 재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더 이상의 정치논리나 감정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해 국론의 분열 및 소중한 정신 에너지의 낭비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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