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 Super GP Complex와 큰 바위 얼굴

2008.05.19 00:00:00


김 신<본지 집필위원>


의료분쟁에 자주 휘말리는 의사에 관해 지난 기고에서 필자는 두 가지 측면을 지적한 바 있다. 첫째는 진료의 전 과정에 걸쳐 환자의 심리를 읽어줄 줄 아는 행동과학적 지식의 지속적인 보강의 중요성이었고, 둘째는 내가 모든 분야의 치과 진료를 모두 잘 할 수 있다는 과대망상적 Super GP Complex를 버릴 것을 주문한 바 있는데 이번 기고에서는 후자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여기에서 일부 있을지 모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용어의 정의를 먼저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요즈음 치과계 일부에서 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가정의 제도도 영어로는 Super GP로 표기되고 있지만, 본 기고에서 사용하는 Super GP의 개념은 이와는 별개의 개념으로 모든 분야의 진료를 모두 잘 하는 일반 치과의사를 뜻하는 일반 명사임을 확실히 해 두고자 한다.
이것은 전문의와 대척되는 개념으로서, 사람의 구강 내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을 전부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치과의사를 의미하는데, 어찌 보면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지향하는 추상적인 개념이지 실제로 이런 전지전능의 의료인이 과연 현실에 존재할 수 있을까 의심이 되는 부분이 많다.


문제는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과신에서 비롯된다. 대부분의 1, 2차 진료에서 경륜이 많은 치과의사들 일수록 그간 쌓아온 능력 이내의 실력으로 환자의 문제들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고, 이런 일상이 축적될수록 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은 당연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부류의 환자가 아닌 소수 증례에서는 중대 국면을 맞게 된다. 인생 전체가 그러 하듯이 가보지 않은 길, 한번 가보기는 했지만 익숙하지 않거나 다시 가기엔 자신이 없는 길에서 뜻밖의 함정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류의 환자에는 질병의 심도나 치료 난이도가 높아 한 가지 분야의 치료가 아닌 복합적인 치료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경우가 주로 많지만, 이러한 측면이 아닌 원활하지 못 한 의사소통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사실 분쟁으로 귀결된 환자의 전체 진료과정을 되짚어 보면 처음부터 자신의 능력이 모자람을 느꼈거나 대인관계가 원활하지 못 했던 환자에서 결국 문제가 발생했음을 분쟁을 경험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이런 환자에서는 공교롭게도 내가 능숙하게 일상적으로 진료했던 단순 증례들이 뒤틀리기도 하고, 조금 이상하지만 다른 환자에서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던 치료가 문제화되는 경우가 나타난다. 정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선조들의 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다.


흔히들, 치의학교육의 3박자는 skill(수기를 비롯한 기술적인 측면), knowledge(시술과 관련된 기초지식), 그리고 attitude(시술의 이념적 근거를 이루는 정신, 철학) 라고들 말한다. 임상치의학의 어느 사소한 시술도 이 3박자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어느 시술을 자기 것으로 완전히 소화하기 위해서는 이 3 박자를 고루 갖추어야 함을 의미한다. 3박자가 겸비되지 않은 상태, 예를 들면 기술적인 측면 만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그 응용에 명백한 한계가 있고, 치료의 결과도 최선이 되지 못 할 경우가 많다. 그리고 3박자를 겸비하지 않았으면서도 마치 다 아는 것으로 착각하는 절름발이 지식은 어느 순간엔가는 폭탄의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Super GP라는 개념은 임상치의학의 모든 시술에서 이 3박자를 고루 갖추겠다는 발상인데, 사실 모든 치과의사가 지향은 하지만 결코 원천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가공의 단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과거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나왔던 ‘큰 바위 얼굴’을 연상하게 한다. 환자들에게 존경받고 치과의사로서의 내 정신건강에도 가장 크게 기여하는 진정한 Super GP의 길은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항상 겸손을 잃지 않는, 아이러니컬하게도 Super GP Complex를 버리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렇다. ‘큰 바위 얼굴’은 결코 현재의 내가 아니라 내가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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