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하지 않으려는 사회, 김여갑[본지 집필위원]

2008.05.26 00:00:00


5월 9일 용평에서 대한치과보존학회의 49회 종합학술대회가 있어서 치의학회장으로서 다녀왔다. 학술에 관련된 것은 치의학회에서 맡아서 하라는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서울대 명예교수이신 엄정문 교수님 등 타 대학의 교수님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뿐만 아니라 모두 반가워 해주고, 우리 전공의들을 타 학회의 학회장에서 보게 되니 또 다른 기분으로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앞으로 분과학회들이 꼭 필요로 하는 치의학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기회가 됐다.


오랜 시간동안 차를 운전하면서 졸음으로 고생한 적도 있고, 심심하기도 해 집사람과 동행했다. 돌아오는 길에 횡성 한우가 유명하다고 해 거리 구경이라도 하자고 들렸다가 우족(뼈다귀)을 비롯해 먹을거리를 몇 가지 샀다. 한우 고기를 사면서 요즘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생각이 났다. 사실 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한때 유명호텔 양식당에 가면 미국에서 들여온 쇠고기로 만든 연하고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고 자랑하면서 비싼 돈들이며 찾아다니던 사람들도 있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뷔페에 가면 LA 갈비가 인기품목이었던 때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끝장토론을 해도 끝없이 집요하게 논의되는 것 중에 3%에 관련된 것이 있다. 3%만을 검수하면 어떻게 믿느냐는 것인데 검사과정에서도 잘못이 있을 수 있는데 100%인들 믿을 수 있겠는지 모르겠다. 연구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서 대상 전체를 연구할 수도 있지만 대상이 큰 경우에는 무작위로 또는 목적에 따라 분류해 일정 %를 선택해 연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은 인구도 많고, 환자도 많아서 임상통계의 정확성이 가장 높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20∼30명의 환자를 분석해 보고할 때 그들은 수백(천) 명의 환자를 분석해 보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교과서에는 검증된 수술법이 보고돼있지만 중국의 교수들은 수많은 증례를 경험하고 보고하므로 설사 이론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최근 우리 치과계에도 자기가 제일 많이 했고, 아무 후유증도 없이 잘 치료가 됐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연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나 홀로 주장인 것이다.
아마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100% 검사하겠다고 하면 3%를 못 믿겠다고 하던 사람들이 숫자놀음에 어쩔 수 없이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반대이유를 내놓을 것이다. 이번에 안 것이지만 ‘르상티망(ressentiment)’이란 말이 있다. 패배주의적인 토라진 태도로 응어리, 분노, 격분 등이 마음에 쌓인 상태를 가리키는 철학 용어로서,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은 미리 결론을 내어놓고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평소 많이 느꼈던 일이 있다. 모든 일에는 장, 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토론할 때 보면 한쪽에는 단점만 있고, 다른 한 쪽에는 장점만 있는 것이다. 어떤 말도 필요 없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얽히면 비교적 논리적이라고 하는 교수사회에서도 상대방의 항복을 요구할 뿐 대화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파동은 상당수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 정부에 대한 르상티망(자기보다 잘사는 사람에 대한 노여운 마음이란 뜻도 있다고 한다)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응어리에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분노가 과학적인 진실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모른다고 다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역학조사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 와중에 쇠고기 수입이후 우리 한우사육 농가에 대한 후속 지원조치들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관련 공무원들은 지금도 열심히 후속방안을 마련 중에 있을 것으로 본다. 싸우는 사람들은 이미 이런 것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기회도 잡았으니 우선 마음 놓고 싸워보고, 100% 만족스러운 후속방안이란 것은 있을 수 없으니 바둑에서 말하는 꽃놀이패라고도 할 수 있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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