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 / 한약장, 그리고 전문치의 / 김호영

2008.06.02 00:00:00



이른바 한약분쟁이 있었다. 약사들은 한약 조제권을 주장했고 한의사들과 논쟁을 벌였다. 한의대생들은 집단 유급까지도 불사했다. 이 과정에서 결국은 한약사 제도가 시행이 되기로 했고 대학에 한약학과가 신설됐다. 한의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약사들은 이른바 경과조치로 한약조제시험을 치러 한약 조제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했다.


시험 출제 과정에서 한의사측의 보이콧이 있었고, 시험은 예정대로 치러졌다.
응시자 대부분이 합격한 이 시험은 얼마 되지 않아 시험 문제 일부분이 언론에 공개돼 대중의 웃음거리가 되기 시작했다. ‘사슴의 뿔로써 보혈작용이 있는 약제는?’ 이런 문제마저 있었다는 것이 공개되자 ‘운전면허 시험 문제집’ 같은 거 하나 풀면 합격하는 시험이 아니었냐는 이야기가 일반인들 사이에 회자됐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현재 약국들 중 얼마나 많은 약국에 한약장이 구비돼 있으며, 얼마나 되는 환자들이 한약을 약국에서 지어 먹을까? 대단한 이권이 있을 것으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일의 결말 치고는 아주 허탈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인 국민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누가 봐도 시험을 치르고 자격을 획득한 약사들이 이득을 본 것은 아니라는 결과다.


몇 달 전, 우리 치과의사들은 최초의 전문치의의 탄생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 오랜 논쟁 속에서 처음 시행된 시험 문제의 수준이 치과대학 졸업반 학생도 70% 이상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이야기에 많은 치과의사들이 혀를 찼다.
그런데 좀 더 과격한 이야기도 터져 나왔다. “저런 어처구니없는 발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니, 치과의사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더 기가 막힌 이야기는 나중에 모든 개원의들에게 전문치의 시험자격을 개방하겠다는 이른 바 ‘초강수’ 라는 것이 등장해 개원의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개원 치과의사들은 그 초강수라는 것을 이렇게 받아들였다. “환자 유치에 도움이 되는 전문치의 자격증, 돈 버는데 도움이 되는 전문치의 자격증을 너희에게도 줄 것이니 줄을 서라”는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갈 데까지 가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발상을 가진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줄을 서는 것 자체가 우리 직업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지금 현재도 모 학회에서 회원증을 동판으로 새겨주는데 가격이 매겨져 있는 것만큼이나 코믹한 일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개원의 대다수에게 개방된 전문치의 자격시험, 그 후의 문제는 더 클 것이다. 약사들의 한약조제시험 이상의 후유증을 남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개원의들은 그런 우스운 시험을 통해 전문치의가 돼 국민들의 웃음거리가 될 생각이 없다. 또 그렇게 획득한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거액의 회비를 들여가며 별도의 보수교육에 끌려 다닐 생각은 더욱 없을 것이다. 그게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현재 전공의 선발과정은 인턴, 레지던트 과정에 진입하기 위해 시험을 통과한다. 따라서 수련을 마치는 것 자체도 전공을 하지 않은 치과의사들에 비해 경쟁력을 가진 경력인 것은 분명하다. 수련을 받았으니 자격을 다 달라고 한다면 그것은 치과의사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모독이며 현행 수련제도와 별반 차이가 없는 수련과정을 밟았던 선배 치과의사들에 대한 모독이다. 그러니 전체 치과의사들의 명예를 위해 전문치의는 엄정하게 관리되기를 바란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선진국에서처럼 진료 증례와 임상논문으로 응시자격을 관리해 전문치의에 도전하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증례를 극복해 나가고, 수준 높은 임상논문을 발표하는 것 이상으로 전문치의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입증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시험 한 판으로 8%로 조절한다는 것은 얼마나 후진적인 발상인가? 개원의들에게 전문치의 자격개방이라는 주장, 그런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