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119]정신적으로 예민한 여교사와의 힘겨운 대화

2008.07.03 00:00:00

 

83년도, 42세19의 여교사를 진료하게 됐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교사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의 진료실에서의 수진태도는 특기할만한 사항이 없었다. 만성치주염으로 여러 개의 치아를 발치했고 지대치 형성 및 상하악 국소의치 등 많은 치료분량과 시간이 소요됐으나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료를 종료시킬 수 있었다.


여교사의 치료가 끝난 1개월 후 쯤, 그녀는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중학교 교장선생님을 모시고 내원했다. 치료를 부탁하기에 자세한 구강검진과 총 진료비를 추정해보니 약 30만원 정도로 계산이 됐다. 추정진료비를 본 여교사는 그중 10만원을 절감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해왔다. 윗분을 모시고 왔으니 자기의 체면을 생각해서 배려해 주십사 하는 간곡한 사정 이야기이다. 필자는 여러 가지 형편상 어려운 표정으로 맞섰으나 심사숙고한 끝에 그녀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교장선생님의 진료도 순조롭게 끝났고 그 후 6개월쯤 지났을 때 하나의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교사는 필자의 진료실에서 먼 거리에 있는 시골 중학교에 출근하고 있었는데 교장선생님께 인정을 받아 대도시인 G시 근교로 전출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지 교장선생님께 큰 시비를 걸었다. 자기 때문에 치과진료비 10만원을 절감했으니 그 돈을 내 놓으라고 우격다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장선생님은 그녀를 정신병자로 취급하고 일소에 붙이고 말았다고 한다.
그녀는 치과에 내원해 교장선생님과의 상황을 설명하고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받지 못한 10만원을 원장님이 보상해 내라”며 필자에게 시비를 걸어 왔다.


어불성설도 유분수가 아닌가. 낮도깨비 같은 이야기였지만 “여선생님을 생각해 주는 의미에서 10만원을 깎아 주었는데 또 10만원을 다시 내놓으라고 하니 그러면 30만원의 치료비중 3분의 1인 10만원 밖에 받지 못한 샘입니다”하며 필자는 설득하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그러나 그녀는 우이독경 식으로 말이 통하지 않았다. 무조건 원장님이 10만원을 내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히스테리, 우울증, 정신분열증 등 정신질환자라고 해 항상 정서불안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상태가 계속되다가도 충격이나 마음의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있으면 발작을 하며 상식 밖의 행동이 표출된다.
여교사는 그 정서불안 상태가 발생했으며 “원장님은 나를 정신병환자로 보고 있느냐?”고 몰아붙이기까지 하지 않는가. 인격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가 된 것이다. 필자는 인격이 이미 무너진 여교사와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녀에게 10만원을 건네줬다. 여교사는 당당한 표정으로 돈을 핸드백 깊이 넣고 치과 문을 나갔다.
필자는 여교사를 문 앞까지 배웅하고 들어와서 그 교장선생님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교장선생님! 저와 함께 정신과 의사가 돼 봅시다. 정신쇠약 환자는 사회생활할 때 상대방으로부터 자기가 정상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 하며 인정을 해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줄 때 오히려 정상적인 사람보다 더 순수해지면서 정신질환도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압니다. 교장선생님께서 학교에 계신 모든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협조를 얻어 그 교사를 사랑으로 대해 주신다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올 것입니다” 필자는 사명감까지 느끼면서 역설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으로부터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가 있었다.
그 후 여교사가 선물꾸러미를 들고 우리 치과의원에 찾아온 것은 6개월이 지나서였다. 그런 사건이 있은 후 여교사는 학교에서 동료교사, 학생 모두가 사랑으로 대해줘 덕분에 안정을 찾게 돼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별히 교장선생님이 배려를 해주시어 G시 근교 중학교로 전출까지 오게 됐는데 어느 날 한가로이 수첩을 들춰보니 원장님의 치과에서 10만원을 받아왔다는 기록이 나와 원장님께 몹쓸 행동을 한 것이 깨달아지더라는 것이다. 또 교장선생님 말씀이 “나에게 감사할 것이 아니라 치과원장께 감사를 드리시오”라는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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