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 혜원스님 / 고정된 것은 본래 없으니

2009.07.16 00:00:00

종|교|칼|럼| 삶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고정된 것은 본래 없으니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신을 위대한 존재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항상 모자라고 미흡한 존재라고 생각하기가 오히려 쉬웠을 겁니다. 그런데 물질적으로는 허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이 위대하다고 하는 이유는 빛나는 영성, 즉 불성(佛性)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불성은 만물이 다 가지고 있지만 그것의 위대함을 알아차리고 드러내고 각성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마음밖에는 없습니다. 태양의 힘이 아무리 위대하고 우주가 아무리 광대하더라도 조그마한 내 마음만은 못합니다. 내 마음의 빛은 어느 것으로도 가릴 수 없고 내 마음의 힘은 그 무엇으로도 꺾지 못합니다.  


그래서 첫째도 마음, 둘째도 마음입니다. 부처님과 통하는 길, 신과 통하는 길은 내면의 한 구멍, 마음뿐입니다. 그러므로 밖에서 찾지 말고 안으로 마음을 찾아야 합니다. 팔만 사천 법문도 간추리면 ‘마음’ 한마디로 모아집니다. 그래서 이심전심으로 따로 문자를 세우지 않는다(不立文字) 하였습니다. 진리는 그런 것입니다. 복잡한 학설이나 이론 속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음’ 거기에 있습니다. 이 마음 하나를 밝히면 이 우주 삼라 만상은 다 한통속이요, 내 주먹 안에 들어옵니다.


마음공부란 좁디좁은 내 마음의 그릇을 넓히는 일입니다. 높이높이 위로만 오르려는 마음을 아래로 아래로 낮추는 일입니다. 마음의 울타리를 헐고 저 들판처럼 넓고 평평한 마음이 되려는 것입니다. 바다가 모든 강물, 구정물을 받아들이고도 늘 넓고 깊을 수 있듯이 내 마음을 그렇게 닦는 게 마음공부입니다. 삶 속의 고‘苦’가 무너지고 번뇌가 녹는 공부입니다. 마음을 닦는다고 하는 것은 닦을 게 있어서 닦는 게 아니라 ‘나’라는 생각, 이를테면 아만(我慢) 아상(我相) 아집(我執) 따위의 해묵은 고정관념을 떼어 버리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나’라는 벽을 점차 허물어서 내 안으로 대상을 둘이 아니게 안아 들이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나의 상대방, 모든 사람, 나아가서는 모든 생명과 둘이 아니게, 그야말로 평등하게 하나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도리가 어렵다고만 하지 마세요. 이 도리를 모르면 우물 안의 이치만 알 뿐, 연못의 이치도 모르고 바다의 이치도 모릅니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마어마하고 광대한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마음 도리를 모르고 살면 부모 잃은 아이들이나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지금의 요 모습, 요 차원, 그것은 잠깐입니다. 누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자기 인생에 딱지를 붙여 놓았나요? 두고두고 그렇게만 살아야 한다고 정해 놓았습니까?


이 세상에 고정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무리 가난하고 힘겹다 해도 마음 도리를 알아서 공부를 하신다면 그 모습을 바꿔 가지고 나서서 떵떵 울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내 마음 먹는 데 따라 내 모습까지도 바꿀 수 있는 것이 마음의 위대한 힘이기 때문입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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