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선|칼|럼| 박제상과 클린턴

2009.08.27 00:00:00

황|규|선|칼|럼|

박제상과 클린턴


황규선
<치과의사·철학박사>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평양방문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갑작스런 일이기도 하고 만 하루도 안 되는 시간에 정상급의 회동이 이뤄지는 등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쓸데없는 잡설(대통령의 메시지가 있느냐 없느냐 등등)에는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그 신선한 충격은 가히 뇌성벽력에 비길 만하다.


평양에 억류된 젊은 두 여기자들이 전세기에 오르는 장면을 보면 힘든 시집살이하는 딸을 맞이하는 친정아버지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141일간이나 불안에 떨던 엄마가 3살 난 딸을 안고 흐느끼는 장면을 보고는 人間愛의 극치를 가슴으로 느끼며 흐르는 눈물을 어이 참을 수가 있으랴.
아마도 인간 양심 기저부에 있는 이 참사랑을 실천하는 시민의식이 복잡 다사한 미국을 이끄는 원동력일 것이다.


클린턴은 누구인가?
전직 대통령이기도 하고 미국 정가의 제2인자인 힐러리 국무장관의 남편이 아닌가.
반면 두 여기자는 미국시민권을 갖고는 있지만 로라 링(Loura Ling)은 중국계 2세이고 유나 이(Euna Lee)는 한국계 2세이다.


비록 흑인 2세가 대통령이 되기는 했어도 아직도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이 있는 나라에서 이민 온 유색인을 위하여 최고위급이 외교통로가 없는 곳에 직접 들어가는 소이연은 무엇인가.
반면 신라국사 박제상(朴堤上)은 자신이 모시는 내물왕의 아들 미사흔이 일본에 볼모로 있는 것을 탈출시켜 귀국시키고 스스로 잡혀 화형당한 충신이다.


박제상의 순국비가 일본 대마도의 화형현장에 세워진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사군이충(事君以忠)이 통치이념이었던 당시에 부모처자를 남겨두고 목숨을 바쳐 충성한 뜨거운 마음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천수백년의 상거가 있지만은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적심(赤心)에는 추호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주권재민(主權在民)시대에 있는 클린턴은 주권을 가진 국민에게 지고지선의 의무를 다한 것이요, 임금을 위하는 일이 모든 것을 우선했던 시대의 박제상은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쳐 보국안민(輔國安民)의 책무를 다한 것이다. 


그런데 왜 클린턴은 지구인 모두의 찬사를 받으며 희희낙락하고 박제상은 순국했는가.
역사의 흐름에는 그때에 맞는 시대상(時代相)이 있다.
문화사회의 시민이라면 그 시대가치에 맞는 시민의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자격이 있다.


우리는 국민소득 2만불시대에 와 있다.
과연 우리의 시민의식은  선진국대열에 동참할 만 한가.
특히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치졸한 쟁투를 보면 자괴스럽기 한이 없다.
차제에 클린턴의 진솔한 행보와 박제상의 우국충정을 더듬어 보며 나 자신의 시민 의식을 더듬어 보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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