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시론 배광식]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맞아

2009.10.19 00:00:00

월요 시론


배광식 <본지 집필위원>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맞아


한국에 처음 개설된 박물관인 창경궁 제실 박물관은 대한제국 시절인 1908년에 문을 열었으나, 순종과 일부 특별한 사람들만 관람이 가능했다. 근대적 의미의 박물관은 인류의 문화유산을 수집 보존하고, 조사 연구하며, 일반대중에게 전시 공개하고 교육하여 문화발전에 기여하는 기관을 말하는 것이니, 순종이 여민해락(與民偕樂; 백성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다)을 주장하며 반대하는 대신들을 설득하여 백성들이 제실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게 한 1909년 11월 1일이 명실공히 한국 박물관의 시작인 셈이고 금년이 그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2009. 9. 29일(화)부터 11. 8일(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 여민해락(與民偕樂)’을 개최한다. 이는 전국적으로 600여개가 넘는 박물관 및 미술관을 아우르고, 우리 박물관의 어제, 오늘, 내일을 국민과 함께 이야기하는 소통의 장으로 마련된 것이고, 우리 정체성 확립과 한국문화의 집적 및 교류를 통한 창의적 문화 창달의 계기를 삼고자 함이다.


모두 200 여점이 전시되는 이번 전시는, 88올림픽 개막식에서 어린이 혼자 굴렁쇠를 굴리게 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을 맡았고, 1부에서는 ‘한국박물관 100년의 여정과 꿈’의 대주제하에 ‘제실박물관 개관’을 비롯해 ‘국민과 함께, 성숙과 희망’까지 5개의 시대별 소주제를 세웠고, 2부는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문화재들로, 문화재 보존 관리를 위해 오랫 동안 특수보관장에 보관되었던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경주 천마총 출토의 천마도(국보 204호), 조선시대 회화 중 연도를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작품인 안견의 몽유도원도(일본 덴리대도서관 소장)와 고려 불화인 치성광여래왕림도(미국 보스톤박물관 소장)를 비롯한 외국 소장의 우리 문화재들, 그리고 최근 출토된 미륵사지와 왕흥사지 사리장엄구 등이 전시된다. 이들 특별공개 전시품은 각 전시품마다 전시 시작과 종료시기가 다르게 교체전시가 이루어지는 만큼, 이들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전시회를 여러 번 가 볼 필요도 있다.


6시간씩 줄을 서 보는 등 가장 큰 관심의 대상 중 하나였던 몽유도원도는 10월 7일까지 9일간의 전시가 이미 끝났고, 상설전시관 2층의 복제본과 기획전시실의 진본과는 문외한의 눈에도 색조에서 많은 차이를 느낄 수가 있었다. 


1974년 4월에 보존과학실이 창설된 후 유물 복원과 보존처리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바, 1976년 처음으로 보존처리된 서울 삼양동 출토의 7세기 금동관음보살(국보 제 127호), 파손되어 원형을 잃어버린 유물의 복원작업이 이루어진 조선후기 경기 개풍군 영남면 전래의 ‘석조불좌상’,  파절된 청자편의 접합이 이루어진 고려시대의 청자상감운학모란문판 등의 전시품에서는 보존 및 복원 처리과정과 전후를 비교하여 볼 수 있는 전시도 눈여겨 볼만하다. 외국품으로는 드물게 우리나라 보물로 지정된 손기정 선수 기증의 기원전 6세기 경 그리스 청동투구도 전시되어 있다.


기획전시장을 다 돌고 나오는 출구에 적혀 있는 글을 옮겨보면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박물관은 인간이 역사와 만나서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다”이다.
박물관이 유물 수집 보존 전시의 기능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문화를 향유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며 국가 브랜드의 상징성을 가지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때에, 가을 바람을 쏘이러 들로 산으로 강으로 나가는 것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 박물관에서 하루종일 지내보는 것도 참으로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