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원장의東醫寶鑑(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지정) 이야기 4

2009.11.05 00:00:00

이병태 원장의東醫寶鑑(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지정) 이야기 4

 

아치(牙齒)와 견치(犬齒)


판치의 양옆에 긴 치아를 아치(牙齒)라고 했다. 바로 견치(犬齒, canine)를 가리킨다. ‘牙’는 어금니, 어금니가 서로 맞물려 교합되어 있는 현상을 내는 漢字이다. 그리고 ‘齒’는 얼굴과 입모양을 나타내고 이(齒牙)를 드러내는 꼴을 하고 있어서 영어의 orofacial(구강안면), dentofacial(치아안면), maxillofacial(악안면)이라는 뜻과 통한다. 이 견치는 치열궁(dental arch)의 전방과 후방을 잇는 굽이길에 있다. 아마도 ‘牙’와 ‘齒’의 중간에 있다 하여 牙齒라고 명명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실제로 견치는 치열궁의 구각부위에 있고, 치근을 보면 단근치아인 전치와 복근치인 구치 사이에서 굵고 가장 긴 치근을 가지고 있다. 犬齒나 canine은 외관을 보고 형태적인 뜻을 강조하는 용어라면, ‘牙齒’는 해부학을 바탕으로 기능을 고려한 용어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와 일본이 쓰고 있는 齒科를 중국, 대만, 홍콩을 포함해서는 牙科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이(tooth)를 우리나라에서는 齒牙, 일본에서는 齒, 중국, 대만, 홍콩 포함해서는 牙라고 하는데 이렇게 쓰는 근거를 영어의 orofacial, dentofacial, maxillofacial 이라는 뜻으로 본다면 齒牙라고 하여 중복된 듯한 개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진아(眞牙)와 지치(知齒)


제일 뒤, 안쪽에 나오는 이를 眞齒라고 하였다. 역시 어금니이므로 牙를 썼고 뜻을 나타내는 ‘眞’자를 앞에 붙였다. 우리는 ‘막니’마지막 니라고 하거나, 언제부터인지 ‘사랑니’라고 하여 왔다. 학술용어는 아니지만 영어로는 wisdom teeth이다. ‘眞’과 ‘사랑’과 ‘wisdom"은 서로가 가지는 뜻은 다르지만 뭔가 통하는게 있어 보인다. 제3대구치(third molar)를 眞牙라고 한 것을 보면 이 이가 진짜 이이고, 이 이가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眞牙가 과연 퇴화 중에 있다는 이론에 대해서는 醫聖 허준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었는지 아주 궁금하다. 이 眞牙는 남자 24세, 여자는 21세에 나온다고 하였다.

 

한글본《동의보감》에      란니


眞牙는 사랑니가 아닌 듯
《東醫寶鑑》이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자 이를 한글로 옮긴 한글본《동의보감》도 세상에 알려졌다. 19세기 중엽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문으로 된 원본 전 25권 25책의 5개 분야 중 내경편(內景篇) 일부를 옮긴책 3책1, 3, 5권만 남아 있다. 한국학 중앙연구원원장이자 전 고려대 김정배 총장이 8월 6일에 공개해서 알려지게 됐다. 특이하게도 원본에 眞牙를 한글 ‘진아’로 옮기면서 작은 글씨로‘   란니’ 라고 병기해 놓았다는 것. 그런데 훨씬 오래전에 발간된《龍飛御天歌용비어천가》에 현대어 사랑을 ‘    랑’으로 표기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모두가 쓰는 ‘사랑(愛)니’는 뭔가 잘못된 구석이 있는 것으로 됐다. 궁체(宮體)로 옮기는 중에 ‘    랑’의 ‘랑’을 ‘란’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옮겨서 오늘의 사랑니가 사랑을 떠날 지경이 된 느낌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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