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신 /본지 집필위원]‘食育’의 개념

2009.11.23 00:00:00

월요 시론


김 신 <본지 집필위원>

‘食育’의 개념


요즈음 아이들 중에는 만 3세가 되었는데도 젖병 없이는 잠을 못 드는 경우가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밥을 한 숟가락 먹이려면, 그야말로 아이와 엄마의 추격전이 벌어진다. 그나마 한 술 받아먹은 밥도 밥물만 쪽 빨아먹고 밥알은 그대로 뱉아낸다. 김치는 물론 야채를 일체 입에 대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는 통통하게 살찌고 키도 과거의 아이들보다 더 크다.


여기에 동력을 실어주는 것은 엄마들이 바빠지고 이를 편승하여 무수한 유아용 고도가공 음식이 시판되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육아지식도 크게 기여한다. 과잉연장된 수유는 아이들에게 수많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아이의 젖니가 맹출하면서 개개 치아의 맹출에 상응하는 기능적 자극이 부가되어야 한다. 아기에게 어금니가 났다는 것은 이제 씹을 수 있으며 씹어서 삼킬 수 있는 음식을 주어야 함을 의미하며, 이것은 조물주의 명령이고 동시에 성장발육에 부응하는 당연한 생리적 요구이기도 하다.   


교과서적으로 유치열에 총생을 보이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것이라 하였으나, 요즈음에는 그렇지가 않다. 유치열이 이미 설측으로 경사되어 총생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씹는 자극이 왕성하여 치조골이 맹렬히 성장해야 할 단계에 들어섰는데도, 여전히 빠는 동작 만으로 섭식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육아의 연식화가 불러온 최대의 부작용이다.


유치원 연령까지 어린이들의 저작은 하악의 개폐운동에 의존하는 측두근 주동형이다. 그러나 제 1대구치가 교합에 참여하기 시작하는 8세 전후로 해서 아이들의 교합은 교근 주동형으로 바뀌고 측방 활주운동이 시작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이다.
치령에 걸맞지 않은 식생활을 한 어린이들에서는 이러한 주동 저작근의 임무교대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오래 전에 보고된 바 있다. 심지어는 성인인데도 측두근을 가지고 저작하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 


어린이의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생활습관을 심어주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중시해야 하는 것은 식습관이다. 육아과정의 식생활 지도라 하면 대개 그 영양학적인 부분을 가장 중시한다. 또, 치의학적으로는 의례히 그 성분상 우식유발능이 높은 우식성 식품을 자제시키는 것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치의학적인 관점에서는 식품이 가진 영양분이나 성분 보다는 음식의 물리적 성질이 더 중시되어야 마땅하다. 씹어야 제 맛이 나는 음식, 씹지 않고서는 삼킬 수 없는 음식이 치의학적으로 더 중요하다. 어린이들에게는 이런 음식들이 악골의 정상적인 발육을 이끌고, 또한 이런 동작이 소화와 치면의 자정작용에도 더 많이 기여함은 당연하다. 씹지 않는 아이, 씹을 수 없는 아이, 음식물을 씹지 않고 넘기는 아이, 먹는 법이 서투른 아이는 건강한 청소년이 결코 될 수 없다. 


요즈음 어린이, 청소년의 식생활은 기형화된 경우가 많다. 서구형 식단은 물론이고, 고도 가공식품, 과식, 폭식, 아침밥 거르기, 혼자 먹기, 야식, 영양 불균형 등의 현상이 늘어남에 따라, 의학적으로는 소아 당뇨, 소아 고혈압, 동맥경화 인자가 증가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서구의 아이들처럼 키도 크고 다리도 훤칠하게 되었다. 그러나 휘청거리거나 곧은 자세를 취할 수 없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초중등학교에서는 조회시간에 넘어지는 아이들 때문에 조회를 포기하거나, 대수롭지 않은 일로 골절이 일어나는 끈기 없고 스트레스에 취약하며 피로하기 쉬운 아이들이 늘어난다. 

 
잘못된 생활습관으로부터 생긴 질환에 대해서는 조기 발견 - 조기 치료라는 종래의 관념에서 벗어나, 생활 중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도록 유도하여 아예 발병 이전에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얼마 전부터 일본에서는 보건의치약, 영양, 행정 전문가들 사이에‘食育’의 소중함이 언급되기 시작하였고 특히 그 중에서도 ‘씹는 것’의 소중함을 인식하여 전공 및 일반 서적과 매스컴 등에 많은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식육(食育)이라 함은 올바른 식사방법을 교육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 치의학계도 이제 의식을 좀 더 고양시켜 국민 식생활의 계도자, 나아가 식문화의 창달자로서의 역할을 찾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