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 배광식]석굴암의 열력풍상

2009.12.14 00:00:00

월요 시론
배광식 <본지 집필위원>

 

석굴암의 열력풍상

 

2006년 1월 8일 친지들과 정초 산행으로 토함산에 올라 석굴암 앞에서 해뜨는 장관을 지켜보았다. 몹시 추운 날이어서 옷을 두툼하게 입고 모자를 썼는데도 볼을 스치는 바람이 매서웠다.
1963년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찾은 경주에서, 일출을 보러 토함산에 올랐으나 짙은 안개로 일출을 볼 수 없었고 석굴암은 수리중이어서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경주를 처음 찾은 지 40여년 만인 2006년에야 일출과 석굴암을 동시에 보았으니, 이제 떳떳한 한국인이 된 느낌이다. 
토함산 중턱에 자리한 석굴암은 신라 경덕왕때(서기 751년) 재상 김대성이 창건하기 시작해 신라 혜공왕 때(서기 774년) 완공했으며, 건립 당시의 명칭은 석불사였다.


백색 화강암재로 인공석굴을 축조하고 그 내부 공간을 장방형의 전실, 원형의 주실, 전실과 주실을 잇는 비도(扉道)로 구분했으며, 주실에는 본존불인 석가여래좌상을 중심으로 그 주변 벽에 범천, 제석천, 문수, 보현보살, 10대 제자상 및 십일면관음보살상이 있고, 그 상부 10개의 감실에 각각 보살상과 유마거사상이 안치돼 25 조각상이 있다. 비도에는 4천왕상의 4조각상이, 전실에는 8부신중상과 아, 훔 금강역사상 등 10 조각상을 배치해, 총 39체의 상을 조각했다.


조성연대가, 서기 668년 문무왕의 삼국통일 후 80여년이 지나 국력이 막강하고 안정된 통일신라 전성기인 만큼, 원숙한 조각기법과 사실적인 표현에서 완벽에 가까운 석가여래상, 두상(頭上)의 10면(面)의 얼굴과 전신이 화려하게 조각된 십일면관음보살상, 용맹스러운 금강역사상, 위엄서린 사천왕상, 주실내의 화려한 범천 및 제석상, 유연하고 우아한 보살상, 개성 있는 10대 제자상 등은 동아시아 불교조각의 최고의 걸작품으로 칭송되고 있다.


석굴암은 국보 제24호이기도 하며, 1995년에는 불국사와 함께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기도 하였다. 금년에 등록된 조선왕릉까지 우리나라에서 8개의 세계문화유산과 1개의 세계자연유산 중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것이다.


주실내 중앙의 항마촉지인을 한 석가여래결가부좌상은 반쯤 뜬 눈, 온화한 눈썹, 미간백호의 슬기로움, 체온이 느껴지는 듯한 입과 코, 덕성스러운 턱선과 길게 늘어진 귀, 미풍에도 살랑거릴 것 같은 옷주름 등을 통해 적정 속에서 내면의 지혜와 자비가 드러나는 등, 완성된 인간으로 활짝 핀 모습으로 인류가 도달하고 추구해야할 본보기이며 세계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미를 대표하고 있다.
이 석굴은 조성구도에 있어 건축, 수리, 기하학의 과학적 바탕에, 종교적인 내면성과 예술적인 조화의 총체적 실현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1200여 년전 우리 조상의 슬기와 미적 감각과 정신세계의 총화라 할 수 있는 이 귀중한 문화유산이 항상 아낌을 받아온 것은 아니다. 을사늑약(1905년) 이후 1909년 조선통감부 부통감 소네 아라스케 일행이 석굴암을 답사할 당시의 사진을 보면 붕괴직전의 황량한 모습이었다.


12월 1일~2010년 1월 31일간 2개월에 걸쳐 불교중앙박물관(견지동 02-2011-1960~9)에서 ‘석굴암 백년의 빛(1909~2009)’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석굴암에 매료된 ‘석굴암미학연구소장’ 성낙주 선생의 소장자료와 안장헌 사진작가의 석굴암 사진, 경주 박물관 소장의 석굴암 출토 유물 등이 함께 전시되는데 석굴암의 유래, 근현세 100년 동안 석굴암이 겪은 풍상에 대한 이해와 안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요즈음은 석굴암을 찾더라도, 석굴암 보호차원에서 가려놓은 유리벽을 통해 석굴암을 멀리서밖에 볼 수 없으니 이 곳 전시장에 석굴암 전실, 비도, 주실 구조에 맞춰 전시하는 내용을 보면 석굴암을 자세히 돌아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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