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사랑으로 임하자

2010.02.01 00:00:00

월요 시론

 

오성진 <본지 집필위원>

 

올해도 사랑으로 임하자

 

요즈음 젊은이들이 좋아하고 열광하는 공연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 시절엔 그런 모습이었나를 생각해 본다. 지금의 젊은이들만큼 온 몸으로 열광하지는 않았지만, 속 마음은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당시의 좋아했던 가수의 음반들을 지금도 가지고 있고, 때때로 듣고 있는데, 그 시절의 추억이 은은하게 마음 속을 울리곤 한다. 음악이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큰 것 같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클래식음악은 작곡된 지 수백 년이 흐른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며, 여러 연주자들에 의해서 연주되고 있다. 그런데 요새의 젊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노래들의 수명은 너무도 짧은 것 같다. 과거에 비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기법들도 발달되어 있고, 전달수단도 훨씬 발전되었는데, 작품의 수명은 오히려 줄어 들었다.


더욱이 어떤 음악은 한번 연주되고서는 영원히 들을 기회가 없어지기도 한다. 왜 그럴까.
내 생각에는 진실성에 있는 것 같다. 오랜 생명을 가지고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는 클래식 음악들은 작곡가의 마음이 오로지 그 자체에 심취하여 자신의 가슴을 울리는 곡들을 작곡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뿐만이 아니라, 미술에서도 그렇고, 문학에서도 그럴 것이다. 수명이 긴 대중음악을 보면, 역시 클래식음악들과 같은 작곡가들의 자세들이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요새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는, 오로지 대중들의 관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그들이 대상으로 삼는 대중의 마음이란 일초 일초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도, 그것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그 마음을 잡는 데에만 관심을 갖고 있으니, 정함이 없는 대상에 대한 애정표현이라고나 할까.


한해가 시작되면 각 언론매체에서는 매년 가슴 부푸는 이야기들로 우리들의 축복된 한 해를 기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밀려 들어오는 도전들, 잊고 있었던 소중한 일들을 일깨우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들려 주면서 한 해를 시작하고 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우리들에게 도전해야 할 많은 일들이 밀려 올 것이다. 이미 알려지고 예고된 일들이 있는가 하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만 할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세계경제대공황이 한참이었던 1930년대, 현대교정학의 아버지쯤으로 일컬어지는 Dr. Tweed에게도 어김없이 불황이 찾아 왔다. 바쁘던 그의 진료실이 한가로워지면서, 그에게는 모처럼의 여유가 생겼던 모양이다. 그는 그 동안 의문으로 삼고 있던 교정치료후의 안정되지 못한 이유를, 그 때까지의 치료된 증례들을 불황의 기간 동안 분석하면서, 무리한 비발치가 치료후의 안정성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발치를 제안하기에 이른다. 수 백 증례를 호텔에서 전시하는 커다란 역사를 행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서 당시 그의 동료들뿐만 아니라, 많은 교정의사들의 지탄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노력이 없었더라면 아니, 문제를 유심히 살펴 볼 계기가 그에게 주어지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우리는 발치를 주저하며 불안한 교정치료를 지금도 하고 있을는지 모른다. 그의 연구는 학문적인 욕심 때문이 아니라 환자에 대한 관심, 나아가서 사랑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의 책을 읽으면서 많이 느끼게 된다.


우리의 병원을 찾는 환자들, 그들이 단지 집 앞의 병원이라는 이유로 찾는 일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일부러 찾아 온다는 것은, 우리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또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어떻게 밀려 오는 도전들에 맞서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이 나의 일을 지켜줄 것인가. 아이돌 가수들이 대중의 마음에 호소하는 것과 같은 기술적인 방법을 연마해야 할 것인가.


아닌 것 같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그들의 마음을 바라 보면 좇아가기에는 이 시대의 변화가 너무 급하다.
오히려, 클래식음악의 작곡가들처럼, 우리의 일 자체에 대한 사랑으로 임해야 하지 않을까. 올해 바라는 화두로 던지고 싶다.

오성진 본지 집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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