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진 월요시론] “권위”

2010.04.05 00:00:00

월요 시론

 오성진 <본지 집필위원>

 

“권위”

 

“이런 말을 하면 이런 능력을 가졌다고 알게 되고 그것을 개인들의 권위로 인정해 주듯이, 조직도 그 조직의 말이 다른 사람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연구와 고민의 결과로 나타나면 그것이 조직의 권위를 세우는 기본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 조직의 능력배양에 우선순위를 두고 노력을 하겠습니다.”
한국은행의 새 총재로 내정된 김중수씨의 이야기이다.


흘려 읽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는 이야기이고,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우리 사회를 보면 이 말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이 보인다.
사회의 각 영역에서 합의된 권위가 없이 사회질서는 유지되기가 어렵다
이런 점에서 권위는 질서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의 질서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권위는 신뢰에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이 된다. 생각이 된다고 말하는 이유는, 나 자신이 그러한 것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해 본 바도 없는, 치과의사로서 생각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저명한 사회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신뢰가 깨어진 사회는 비용이 증가한다”고 그의 저서인 ‘트러스트’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사회에는 각 분야에 따른 권위가 있다. 때로는 권력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런 권력을 누리지 않는 분야라고 하더라도, 특정의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어떠한 것은 국가에서 인정하는 자격을 취득함으로써 부여를 받기도 하고, 어떠한 권위는 변함없는 모습에서 인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에서 인정하는 권위라고 하더라도 그에 걸 맞는 모습이 유지되지 않으면 누구도 신뢰하지 않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시대보다도 여유를 누리며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를 겪어 나가면서 아직 그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는 않지만, 실제적으로 누리고 있는 것은 과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어떻게 보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은 생존 자체를 위한 고통이 아니라,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과도한 욕구 때문일 수도 있다.


여하튼 이렇게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의 신뢰 덕분임에 틀림이 없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이 정도의 여유를 누린다는 것을 생각할 수가 없다. 우리의 제품, 우리의 기술력이 이렇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개미 같이 꾸준히 한 길을 걸어 온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수고와 땀의 덕분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덕을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다.


대학시절, 젊은 그리스인과 같은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며 교제를 한 적이 있다. 어느 날 그는 “알렉산더와 필립 중 누가 더 위대하다고 생각합니까?” 하고 물어 왔다. 필립은 알렉산더의 아버지이다. 당시의 필립은 ‘대왕’이라는 칭호를 들을 정도로 힘과 권위를 가졌던 사람이다. 성경의 빌립보서의 빌립보라는 도시가 바로 필립대왕을 칭송하기 위해서 건설된 도시이다. 이러한 필립에 대해서 나는 아는 바가 없었고, 배운 바도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알렉산더가 위대하지 않습니까?” 하고 대답 반 질문 반을 하였다. 그랬더니 그로부터 “그의 생각은 다릅니다. 필립은 알렉산더라는 위대한 왕을 후계자로 세웠지만, 알렉산더는 아무도 세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인은 필립대왕을 존경합니다.”


우리는 그리스인과 민족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생각을 하지 못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식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아버지는,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존경 받기 어렵다.
치과의사가 치과의사를 고발하는 시대. 이 시대에서 우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은 분쟁해결의 요령이 아니라,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는데 있는 것이 아닐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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