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호 월요시론] 개원의와 대학 치과병원, 상생할 수 있는가?

2010.08.02 00:00:00

월요 시론


 박용호 <본지 집필위원>


개원의와 대학 치과병원, 상생할 수 있는가?


36년 전 예과시절, 대학가에 이런 개그가 떠돌고 있었다. “법대생과 결혼하면 이혼소송 나오고, 공대생과 결혼하면 철거소송 하게 되고, 의대생과 하면 낙태소송, 경영대생은 위자료소송…”


비록 부정적인 내용이었지만 치대는 ‘치아’ 외에는 특징 지울만한 것이 없었는지 개그에서 제외되었다. 지금은 최고의 수재들이 들어오지만, 그때만 해도 치대는 서울대에서 학과별 성적 랭킹으로 중위권을 맴돌 때여서, 개그에 회자되던 인기학과에 비하면 상대적 열등감을 느끼던 때였다. 그런데 이런 묘한 변방 소외감은 본과 교육을 받으면서 점차 희석되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기초, 임상교수들의 열정어린 강의 때문이었다. ‘치대’ 라는 교명 때문에 자칫 ‘치아’로만 연상되고 한정되기 쉬운 것이, 사실은 일반의학과 똑같은 무궁무진한 분야를 섭렵해야만 하는 10여년의 지난(至難)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학문이었다. 특히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반 모든 사람이 일생에 몇 번은 소통해야만 하는 ‘치과병원’이 있다는 자부심, 더군다나 각과 교수들의 치아뿐만 아니라 치아를 넘어선 악안면 영역의 수준 높은 진료들은 자부심과 경외심 그 자체였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 치과병원이 분당에 이어 관악 분원을 계획 중이고 단국치대병원은 죽전 분원을 계획 중이라 지역 개원의와 분란을 빚고 있다. 이제는 치과병원이 너무 많다. 재벌의 배경을 가진 유통업이 동네 수퍼를 황폐화 시키듯이 인구증가보다 치과의사가 과잉배출 되면서 그전에는 개원가에서 힘든 환자를 기꺼이 넘기던 것이 이제는 껄끄러운 현상이 되고 있다. 대학에선 개원가와 윈윈을 이룬다고 하지만 말로만 그렇치 개원가의 존립자체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야당이 여당을 비난하는 말 중에 단골메뉴가 3불(不)정권이란 말이 있다. 국민이 불신(不信)·불만(不滿)·불안(不安)을 느낀다는 얘기다.


개원의가 치대병원이 주변에 생기면 아마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실제 임상에서 환자를 치과병원에 보내면 필요한 진료만하고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일부러 그러하진 않을 것이다. 환자가 원해서 대학에서 계속 진료를 원할 수도 있고 다른 사정이 생겼을 수도 있다) 가뜩이나 없는 환자 보낼 때에는 잊어먹을 셈치고 보내야하기 때문에 불신의 감정이 앞선다. 또 환자의 경과가 안좋아 대학에 보내면 실제보다 과대 과잉 포장되는 듯하고, 입원이라도 하여 경제적 손실이 커지면 환자는 원래의 개원의에게 돌아와 이의를 제기하고 보상을 원하므로 개원의는 불만이다. (이 경우도 대학은 비보험의 첨단 기자재를 사용하고 특진비가 부가되므로 물론 이의는 없다.) 똑같은 의료사고도 대학은 배경으로 무마되지만 개원의는 어림도 없다. 마지막으로 재단이나 재벌의 막대한 후원을 받는 병원은 시설이나 기자재, 인력이 개원가와는 비교가 안되므로 개원의는 불안하다.


그 옛날, 모교의 치과병원을 자랑하고 자부심을 느끼던 졸업생들은 모교와 싸워야하는 현실에 괴리감과 비애를 느낀다. 대학이 국가중앙치과병원이라고, 무슨 글로벌 치과병원이라고 여기저기 분원의 촉수를 뻗으면 닿는 개원의는 아프다. 아무리 공공의료, 장애인, 응급의료에 치중한다고 하지만 자선병원이 아닌 다음에야 그것이 곧이들리지 않는다. 명색이 독립법인인 만큼 매년 6%의 경영성장을 이루려면 그만큼 개원가를 잠식해야하는 법이다.


얼마 전 서울 아산병원은 환자와 진료실이 없는 ‘연구병원’을 신축중이라는 소식이 보도되었는데 참으로 신선하다. 진료수입에 목을 매는 일반병원과는 달리 의학연구소와 바이오 벤처기업이 입주한다고 한다. 재력이 문제이겠지만 치과병원도 진료이외의 자발적 기부금과 펀드를 조성하여 이런 병원을 세울 때가 되지 않았는가?


대학이면 대학답게 개원가에서 다 하는 아날로그적인 진료보다는 한 단계 앞선 치아 줄기세포 등의 바이오연구, 해외 의료서비스산업, 외국 의료인 교육 등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제자뻘의 일반 개원의와 경쟁 말고 선진국의 치의들과 경쟁하고 그 결과물들을 개원의들에게 교육의 자료로 내놓고, 개원의들은 보답으로 기부금을 내는 대학치과병원 본연의 교육과 연구에 충실하게 되면, 개원의들은 모교 치과병원에 대한 자부심을 되찾을 것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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