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진 월요시론] 틀

2010.11.15 00:00:00

월요시론
오성진 <본지 집필위원>


 

우리들은 어떠한 모습이든지, 어떠한 규범 속에서 살고 있다. 다른 말로 말하자면 소위 ‘틀’이라는 것이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틀 등등, 그 이름도 다양하다. 학생은 학교의 틀 안에 있고, 우리들 치과의사는 우리의 직업의 틀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그러한 사실을 느끼며 살지는 않는다. 아마도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을 내어 멀리 떨어진 산골에 가서 색다른 맛을 느끼며 모처럼의 휴식을 취하기도 하는 것은 지금까지와 다른 환경에 맞닥뜨리면서 얻어지는 일종의 긴장감이 몸의 활력을 일으켜주는 덕분이 아닐까. 그래서 때로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을 일부러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틀을 벗어난다는 것이 생활의 활력을 불러 일으키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까지와 다른 환경에 부딪히면 긴장이 되고,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상황에 들어가게 되면, 비로소 자신이 속해 있는 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익숙했던 환경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편안함을 주기는 하지만, 지루해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시절에는 그 틀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을 치기도 한다. 그래서 젊은 시절에는 가만히 있지는 못하는 것이 아닐까.


요새는 틀을 깨는 사회의 틀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말이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분명히 지금의 사회의 흐름은 기존의 틀을 깨는 흐름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이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공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보이는데, 되도록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많이 만나서 빨리 익숙해지기 위해서 갖은 방법을 다 쓰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일수록 새로운 것에 쉽게 익숙해지고, 나이가 들어 갈수록 점점 무디어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금의 사회는 젊은 사람들이 리드를 해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것에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것은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요새의 삶을 보면 삶 전체가 아침부터 밤까지 늘 새로운 것에 적응하다가 시간이 가 버리는 것 같다. 마치, 사는 것이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 위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삶의 본질이 아닐진데 말이다.
거리는 늘 새로운 것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바꾸고 있다. 땅을 파헤치고 공사를 하지 않는 날이 없을 뿐만 아니라, 늘 새로운 것들이 여기 저기에 등장한다. 예전에는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언제나 안정된 도시가 될 것인가 하며 파헤쳐진 도로를 불편한 마음으로 보면서 걷곤 했는데,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부터는 그러려니 하고 살아 오고 있다.


좋은 틀을 만들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바람일진대, 과연 우리는 지금 그러한 것을 제대로 생각하고 살고 있는지. 너무 바쁘다 보니 그런 것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살고 있는 틀은 괜찮은 것인지.


이스라엘 민족은 새로운 곳에 가면, 제일 먼저 만드는 것이 회당이라고 한다. 그들은 늘 그곳을 중심으로 생활을 한다고 한다. 그곳에서 조상들로부터 내려온 전통을 후손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그 힘이 세계의 경제를 쥐게 하였고, 수천 년의 흩어진 역사를 가진 민족이지만, 다시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이 매우 고루한 것이고, 오히려 사회의 발전에 역행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이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요새 말로 하면 삶의 ‘노하우’를 이어가는 것이라서, 그것의 데이터베이스는 실로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우리나라처럼 왕조의 실록이 가감되지 않고 보존되어 오는 나라도 별로 없다.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그러한 추적된 노하우의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그러한 전통이 사라진 듯하다. 조상들이 쌓아 놓은 것은 단지 외국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문화유산에 불과하고, 현세에 적용하기에는 고리탑탑하게 여겨질 뿐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우리들 속에 팽배하지는 않은지.


사회를 이어 받는 젊은 세대에게 올바른 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나마 유지되어 온 문화의 틀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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