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진 월요시론] “법규가 없다”

2011.01.17 00:00:00

월요 시론

오성진 <본지 집필위원>

“법규가 없다”


얼마 전, 주택가에 까지 파고든 외설전단지에 관한 보도가 있었다. 아이들의 교육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뿐더러, 오랫동안 비워 놓은 집 앞에 쌓이는 광고전단지는 빈 집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되기 때문에 치안에도 좋지 않은 것이라는 보도를 하였다.


이 문제에 대해 해당관청은 ‘단속할 적당한 법규가 없어서"라는 답변을 하였다고 한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수 많은 법령들을 익히기 위해서 머리를 싸맨다. 그리고 법령이 얼마나 많은지 법을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전문분야 밖에는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리도 많은 법령이 있건만, 단속할 법규가 없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 불량 전단지를 막을 수 없는 것이 법규가 없어서일까?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용기가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부지런함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주일 아침에 교회를 향하다 보면, 골목길에 차들이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골목길이라서 한쪽에 주차를 하게 되면, 양쪽으로 차량이 통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그래서 구청에서는 때때로 불법주차차량들을 일시에 견인해가는 일들을 하는지, 어떤 때에는 그 많던 차들이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단속할 때만 그렇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차들이 길 양쪽에 주차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대 정도가 세우기 시작하였는데, 바로 두 대, 세 대가 되더니,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주르륵 양 쪽의 길에 차들이 가득 세워지고, 차도에는 간신히 작은 차 한대가 지나갈 정도의 공간만 남게 되었다.


구청도 인력부족 때문인지, 이제는 단속할 생각도 안 하는 것 같다.
경제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인간은 매우 이기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 하는 존재라고 한다. 자신에게 이익만 된다면 절대로 마다하지 않는 것이 인간이라는 말일 것이다. 과거에는 은근히 조심스럽게 자신의 욕심을 표현했고, 겉으로는 왠만해서는 표현을 하지 않았는데, 요새는 그런 거추장스런 옷들을 훌렁 벗어 던지고는 어깨를 펴고 활보를 한다.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사람들은 왜소하고 바보스러운 사람들이 되어 버리고 만다.


아이를 기르는 것이 젊은 사람들에게는 자유로움을 구속당하는 일로 여겨지기 때문인지, 아니면 살기에 바빠서 아이를 키울 엄두가 안 나서인지, 아이 낳는 일들이 점차 줄어들어가고 있고 늦어져 가고 있다.


생각해야 할 점들은, 이러한 모습들이 과연 개인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인지, 또한 사회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인지 하는 것이다.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일까?


과거에 시골의 면서기를 하였던 나이든 어떤 분이 “내가 그 시절에는 그 월급으로 생활도 하고 아이들도 키웠는데, 지금 큰 기업에 다니는 내 아이는 훨씬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헉헉대고 살아요”라고 안타까운 듯 이야기 했다는 말을 전해 들으면서, 행복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된다.


태어나서부터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것 저것 생각할 겨를 없이 그냥 눈에 보이는 편리함과 넉넉함만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괜찮은 것일는지.


그리고 이 모습을 그대로 우리의 아이들, 후손들에게 전해주고 가면 되는 것인지.
이러한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부지런함이 없었기 때문에,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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