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균 월요 시론] 사이비 의료생협 행정당국과 치과계 관리감독 절실

2011.03.07 00:00:00

월요 시론

정원균 <본지 집필위원>


사이비 의료생협
행정당국과 치과계 관리감독 절실


필자는 얼마 전 ‘개원가, 생협 치과에 피 흘리고’라는 제하의 치의신보 기사를 접하고,  어느 후배 치과의사의 선한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 이 후배 치과의사는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 치과(이하 생협 치과)에서 어려운 여건을 감내하며 지역공동체의 건강증진사업에 오랫동안 헌신하고 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정의로웠고, 치과의사가 된 이후에도 의료인의 사회적 실천에 늘 앞장서서 고민하였다. 하여 나는 이 후배가 서 있는 지금의 자리가 역시 그다운 삶의 모습이라고 믿고 있었고, 이 시대에 이런 사명감을 지닌 치과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사이비 생협 치과가 창궐하면서 치과계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어 자칫 이로 인해 이 후배의 소신과 의료생협의 참뜻이 훼손당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관련법에 따르면, 의료생협은 30인 이상의 발기인과 300인 이상의 설립동의자가 있어야 개설할 수 있고, 그 운영은 설립동의자(조합원)의 출자금 규모와 상관없이 1인 1표제라는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과정에 따른다. 또한 조합을 운영하면서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을 신청하면 행정당국은 이를 허가하게 되어 있다. 몇 년 전까지 이 같은 절차를 충족하는 의료생협은 전국에 11개이었고, 이 가운데 치과를 개설한 곳은 4군데(경기도 안성과 안산, 서울지역의 구로, 인천)에 불과하다. 이러한 초창기의 의료생협은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이 설립의 주된 목표이고, 주민이 십시일반으로 자본금을 모았기 때문에 그의 운영과정이 투명하여 그동안 지역의 개원가와 별다른 마찰이 없었다.


하지만 1994년부터 2002년 사이에 만들어진 초창기의 의료생협(한국의료생활협동조합연대 www.medcoop.or.kr)과 관계가 없는, 즉 명칭만 그럴싸한 사이비 의료생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의료생협이 백여 곳에 이르지만 한국의료생협연대에 공식적으로 소속된 의료생협은 15곳에 불과해 줄잡아 80개가 넘는 사이비 의료생협이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사이비 의료생협은 생협의 목적사업인 지역사회의 건강증진 활동, 조합원의 이익배당 금지, 민주적 절차에 의한 조직 활동의 의무 등은 전혀 실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돈벌이를 하는 편법으로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기관들은 의료수가의 질서를 교란해 지역의 개원가와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이러한 문제제기를 수용한 생협법 개정이 최근에 이뤄졌고, 의료생협의 진료수입 가운데 50% 이상은 조합원들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는 제한조건이 추가됐다. 


문제는 생협법의 법률 조항이 아니다. 생협법이 요구하는 서류상의 최소요건만 구비한 채 유령조합을 만들거나, 영업이익을 배분하는 동업자조합을 결성해 치과를 개설하면서 개원질서를 혼탁하게 하여 환자의 불만을 사는 사이비의료생협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행정당국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현장실사를 하고서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제재를 가하더라도 서면으로 행정권고안을 내거나 심한 경우에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대부분의 사이비 의료생협에는 실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기존의 ‘진짜’ 의료생협을 이해하는 정부 관계자라면 ‘사이비’ 의료생협에 대해서 인가취소 등의 강력한 조치를 마땅히 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역 개원가를 대상으로 이에 대응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치협 회원에게 의료생협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홍보나 교육을 실시하거나, 특정지역의 사이비 의료생협에 대해 치협 차원의 감시와 동업자 평가기구 등을 통한 압력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진짜’ 의료생협은 사회적 기업이다. 치과의사가 지역사회 주민들이 주인인 의료생협에서 봉직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치과의사로서 공중구강보건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합원인 지역주민의 주치의로 활동하며 함께 운영되는 검진기관, 의원, 한의원 등과 협력해 건강정보를 공유하는 협진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즉 한국에서 ‘진짜’ 의료생협은 열악한 공공의료와 비대해진 민간의료 사이의 빈틈을 채우는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행정당국과 치과계는 ‘알곡’은 모아 곳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거두어 태우는 구체적인 노력을 시급히 기울여야 할 것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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