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임 월요 시론] 치과의사의 ‘아레테’

2011.03.28 00:00:00

월요 시론

박인임 <본지 집필위원>

치과의사의 ‘아레테’

  

현대는 철학이 부재한 시대라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상을 쫓아가기에도 버겁기만 하다. 공동체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함께’나 ‘우리’ 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보다는 ‘나’에게 어떤 가를 먼저 묻고 행동한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극히 편협하다. 주변을 둘러 볼 여유가 없다.


철학을 사랑하고 철학을 위하여 독배까지 마신 사람이 소크라테스이다. 그는 ‘철학자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어서 몸과 관련된 즐거움보다는 진리에 이르고 지혜를 얻는데서 가장 큰 즐거움을 얻는다.’고 말한다. 사물의 이상적인 상태를 아레테(arete)라고 하여, 좋은 상태와 나쁜 상태로 구분하였다. 인간이 인간다운 좋은 상태는 영적인 것을 추구할 때이고, 나쁜 상태는 육적인 것에만 얽매여 있을 때라고 한다. 그는 아레테를 위하여 육신으로부터 벗어나서 생각하고, 경건한 것이 무엇이며, 선한 것이 무엇인가를 대화를 통해 깨닫게 하였다.


그는 전문 지식인으로서의 아레테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소크라테스의 시각으로 보면 어떻게 보일까? 전문인으로서의 아레테, 인간으로서의 아레테를 가지고 있을까? 학문을 연마하여 환자들의 구강건강증진에 끊임없이 노력하며, 동료와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 하는 전문가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소크라테스는 도공에 대한 전문가의 아레테는 도공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자기를 잘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치과의사로서의 아레테란 치과영역에 대한 지식 뿐 아니라, 치과질환을 잘 치료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환자를 내 몸처럼 생각하는 정신적인 역량, 주변과의 공동체적인 역량도 포함되어야 한다. 


이익집단으로서 자기만을 위한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으로서는 공동체가 파괴된다. 살아있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인격적으로 대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이기심을 절제하고 조화시킬 때 비로소 공동체가 살아난다. 이런 상태를 공동체의 아레테라 할 수 있지 않을까?


5세기 도시국가 아테나이에서는 도편 추방제라 불리는 관습법이 있었다. 투표가 시작되고, 시민들이 오스트라콘(골편)에 추방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적어 투표하여, 최대 득표자는 아테나이에서 10년 동안 추방된다. 너무도 공명하고 정직했던 아리스테이데스도 이 투표로 추방당했다. 아무리 좋은 것도, 너무나 훌륭한 것도 균형을 잃고 치우치면 전체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치과공동체가 상업화와 영리에 밀려 무너지고 있다. 사람의 생명과 구강건강을 지킴으로써 인류에 봉사할 임무를 부여받은 전문직업인으로서 우리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 모두들 한 방향으로 달려갈 때 가끔씩은 뒤도 돌아보고 옆도 돌아보면서 잘 달려가는 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소크라테스는 최대 인생목적이 그저 사는 게 아니라 ‘훌륭하게 잘 사는 것’이라 했다. 이를 위해 생명도 아끼지 않았던 그의 삶이 지금까지도 전해 옴은 그의 고뇌가 남달랐기 때문이리라.


그런 고뇌를 지금 우리가 해야 할 때이다. 영리와 상업화를 그대로 받아들인 여러 형태는 결국 우리 모두를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다. 서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돌을 던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주변의 일에 무관심했다면 이제부터 무관심을 버리고 함께 상생할 궁리를 해야 한다. ‘나’만을 위한 상생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해 동료와 선후배의 아픔을 함께 공감해 보자. 치과계의 여러 현안에 각자의 위치에서 마음을 쏟아보자.


힘든 대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 국민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애정어린 도움의 손길이 서로의 마음을 녹이는 요즘, 진정한 인간다움과 의사다움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공동체와 내가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철학하는 치과의사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관련기사 PDF보기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