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호 월요 시론] 다문화 가족들, 어떻게 도울까

2011.04.11 00:00:00

월요 시론

박용호 <본지 집필위원>

 

다문화 가족들, 어떻게 도울까

  

치과가 서울 변두리에 있는 탓 에 별별 나라 사람들이 다 온다. 중국교포는 흔하고 필리핀, 페루,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나이지리아인들도 온다. 자원봉사자 통역을 대동할 때도 있고 가족을 보통 동반하고 주눅이 든 표정이다. 그전에는 우리말이 얼마나 어려울까 싶어 영어로 했었는데 (필리핀은 영어를 잘한다) 이제는 우리말도 대강 알아듣는다. 새삼 국력의 위상도 느끼고 그들의 대견스러움과 안쓰러움이 동시에 묻어나온다.


며칠 전에도 중국교포 아주머니가 내원했다. 식당 일을 하면서 어렵게 시간을 냈다는 그녀는 거친 손마디와 화장기 전혀 없는 얼굴이 한눈에 억척스러움과 치열함이 느껴졌다. 광대뼈가 돌출한 육십 년대의 시골 아주머니 인상이고 몽골 무료진료 때 많이 접했던 행색이다. 말이 빠르고 용어가 북한 언어 비슷해서 집중해도 이십 프로는 놓친다. 양치질하고 휴지 달라고 하는 폼이 자기 집 안방처럼 편안하다. 사용하는 틀니가 마땅치 않아 새로 할까하고 왔다는데 우악스럽게 입안에서 꺼낸 부분틀니는 와이어 클라스프와 레진으로 조잡스럽게 제작되어 있었다. 여기서는 보통 발치 후 한 달 정도만 쓰는 임시틀니였다.  


주소는 혀 측면의 증식된 조직의 동통이었다. 중국에서 설암이라고 약을 몇 달간 먹었는데 효과가 없다고 했다. 어느 과 의사에게 갔었느냐니 중국에는 그런 의사들이 많다는 동문서답이다. 내, 외과의나 이비인후과 의사가 보았다면 무슨 종양으로 오인하고 조직검사와 수술 투약을 권유할지 모르지만 치과의사는 대번에 이것이 잘 맞지않는 틀니에 의해 자극된 것임을 알아차린다. 틀니를 사용안하고 빼놓고 지내면 그대로 나을 것이라는 말에 믿기지 않는듯 몇 번씩 재확인하고 그러면 밥을 어떻게 먹느냐고 하소연이다. 하기야 이것이 그대로 방치되면 드물게 설암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으니 참 딱한 노릇이었다.


틀니를 다시 만들 것을 권유하니 대뜸 진료비를 물어보고는 (형편이 어려울 것이 뻔하여 규정보다 낮게 일러주었는데) 눈동자를 굴리며 “중국에도 고급틀니가 있는데 한 삼천원이면 하는데…중국보다 비싸다”며 “집에 가서 토론하고 오갔시요” 한다. “예? 토론요? 예~ 토론 많이하고 오세요” 했더니 간호사가 웃는다.


현재 매년 정부 차원에서 치과의사 협회와 협조하여 진행하는 무료틀니 사업이 진행중이다. 초기에는 환자들이 고마워하다 못해 주눅이 들어 이들의 기를 살려주려고 일반 환자들과 똑같은 재료와 방법으로 틀니를 제작한다고 걱정 말라고 격려까지 했었다. 그전에는 빵, 과일 등으로 감사를 표했으나 지금은 고마운 내색은 커녕 오히려 당당히 이것저것 요구하기도 한다. 의상이나 외모도 번듯해서 극빈 대상자의 선정과정에 의혹도 있는 듯하고 무상의료복지의 부작용을 미리 보는 듯하다. 슈바이처도 처음에는 완전 무료진료를 하다가 나중에는 달걀, 과일등의 촌지를 의도적으로 받았다는데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개선책으로 이들에게 소요되는 예산의 일부를 다문화 가정의 보철진료로 돌리든지 신설했으면 한다. 물론 그동안 낸 국민 세금 액수로 본다면 당연히 우리 국민을 우선해야 한다. 남보다 내 식구 먹여 살리는 것이 우선이 듯이 외국인도 멀리 있는 외국인보다 여기 살겠다고 들어온 다문화인들을 먼저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단발성의 해외진료와 일부단체의 탈북자와 외국노동자 진료도 의미 있지만 이들이 이제는 우리 식구인만큼 지속적인 정책으로 감싸야 할 단계에 도래했다. 다만 도움을 주는 주체가 협회, 공공기관, 대학, NGO단체, 개인치과등으로 너무 다변화된 느낌이다.


협회도 ‘건강사회 운동본부’라는 사단법인을 통해 외국인 의료봉사를 하는데 너무 관련 사업이 많아 효율적인지 의문이다. 정부도 ‘한국 의료지원재단’이라는 관변(官邊)모금기관을 설립중이라니 협회도 미리미리 손을 써서 치과계가 소외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귀화 인구가 지난 1월 10만을 돌파했다. 말도 많은 초등학교 점심 무상제공비의 일부만이라도 이리 돌리면 이들이 ‘먹고사는데’ 한국은 평생 은인의 나라가 될것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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