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시론
정재영 <본지 집필위원>
예술인이자 과학자라는 치과의사
치의학 학문을 처음 접할 때 용어를 정의하면서 강조하는 단어가 예술이자 과학(Art & Science)이다. 과학은 개념이 쉽게 잡히는데, 예술이라는 용어는 매우 관념적이어서 개념 잡기가 쉽지 않다.
예술은 창조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리스 시대에는 예술이란 모방에 근거를 두었다. 모방이란 이데아의 재현이라는 기술에 강조를 두었다. 따라서 당시 순수 예술은 만드는 기술이라는 의미에서 미술, 조각, 음악 무용 등이라고 생각했다.
모방이란 우주의 법칙에 대한 이해와 순종을 말하는 것이며, 반대로 창조란 그 질서에서 벗어나려는 자율적 행위를 말한다. 신처럼 무에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인간의 독립된 주체성이 곧 창조인 것이다.
그러나 르네상스의 배경이 되는 인문주의의 발달로 중세시대에는 신보다 인간을 중시하고자 하는 의식에 의해 자아각성이 그 기초를 이루었으며, 현대예술 또한 인간 중심, 자아중심으로 자기의 재현, 즉 표현주의를 중시하게 되었다.
예술에서 창조성이라는 용어는 18세기에 와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때의 창조성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창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의 기술을 뜻하는 것이었으나, 20세기의 중반에 와서는 모더니즘이 창조성의 범주를 무한으로 확대하였다.
따라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는 전통에 대한 순종을 거부한다. 프로이드에 의한 인간의 무의식, 니체의 신에 대한 단절,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세계관에 의한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은 순응과 모방의 자세를 취했던 인간본성에서 상상의 세계로 모든 의식을 분리하려 하고, 그 분리의식은 결국 해체주의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해체주의자들은 전통과 기존질서는 물론 예술의 틀을 해체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우리가 소속한 사회에는 개인자유지상주의와 공익주의가 서로 충돌한 지도 오래되었다. 치과계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문제를 다룬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베스트셀러다.
현재 치과계는 모방과 창조라는 우주에 대한 탐구와 인간 존재에 대하여 과학적인 태도를 추구하면서 미학성을 추구하는 진지한 예술인의 자세와 정신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익힌 기술을 파는 단순한 장사꾼인가. 공익성보다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