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섭 월요 시론] 블랙컨슈머 그리고 치과

2011.06.06 00:00:00

월요시론
박상섭 <본지 집필위원>

  

블랙컨슈머 그리고 치과


몇 일전 전국의 108개 식품 회사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이물질이 나왔다며 협박하고 금품을 갈취해 온 ‘블랙컨슈머’ 한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지난해 1월 부터 최근까지 식품 회사에 전화해 “치료비 등을 보내지 않으면 인터넷 및 식약청, 소비자 보호원에 고발하겠다”며 협박했고 해당 기업은 언론에 알려질 경우 회사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것을 염려한 나머지 그가 일러준 계좌로 돈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그가 협박한 횟수가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도 자그마치 134차례에 이르고 갈취한 돈은 1600여 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사건을 방송을 통해 접하면서 필자는 블랙컨슈머의 문제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블랙컨슈머란 위와 같이 악의적으로 특정 기업이나 업주를 상대로 구매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보상금을 목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지난해 말 케익 판매의 최대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쥐식빵 사건’과 휴대폰이 충전 중에 폭발했다며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해당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던 소위 ‘휴대폰 환불남’ 사건도 비슷한 유형인데, 두 사람 모두 자작극으로 밝혀져 결국 구속되었다. 블랙컨슈머는 높아진 소비자의 권리의식에 비례해 기업들의 고객에 대한 배려라는 좋은 선순환을 가로막고 서로 간의 불신의 골을 깊게 만드는 독버섯과 같은 존재이다. 


문제는 이런 블랙컨슈머의 문제가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의료인들에게도 생길 수 있다는데 있다. 지역사회에서 입소문에 의지하여 성실하게 진료에 임하고 있는 대다수의 치과의료인들의 입장에서는 다짜고짜 항의부터 하고 보는 일부의 환자들이 무척이나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요즘은 그런 환자들도 인터넷에 글을 올리겠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세상이다. 특히 통증과 시린 증상 혹은 미적인 불만과 같이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힘든 애매한 부분을 문제삼아 시비를 걸어와, 결국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다는 뒷 얘기를 풍문으로 듣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음성적 대응이 블랙컨슈머를 양산하는 악순환의 중간고리라는 데 또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환자를 대하는 방식을 좀더 시스템화, 매뉴얼화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비가역적인 치료에 대해서는 치료 전에 반드시 동의서를 받아야 하고, 직원들과도 환자 관리에 대한 철학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방어적인 자세는 우리를 위축되게 만들 우려가 있으므로 환자들의 불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도와주고자 하는 선의의 마음을 끝까지 견지해야 할 것이다. 환자들의 정당한 불만의 표현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이야기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임으로써 서비스의 소비자인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부단한 노력과 함께, 근거없는 요구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대응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소위 ‘휴대폰 환불남’이 구속되었다는 기사의 내용 중에 “해당 기업은 선처를 호소하였다”는 구절은 소비자를 대하는 기업들의 고민과 어려움이 엿보이게 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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