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균 월요 시론] ‘평창 동계올림픽’에 관한 괜한 걱정

2011.07.25 00:00:00

월요 시론

정원균 <본지 집필위원>

 

‘평창 동계올림픽’에 관한 괜한 걱정

  

온 나라가 동계올림픽 유치로 시끌벅적하다. 특히 필자가 살고 있는 원주와 강원 지역은 한껏 들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치가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국가적인 경사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소외됐던 강원도가 이를 계기로 큰 덕을 볼 수 있으리라는 부푼 기대감 때문일 듯하다. 


필자가 강원도 원주에 내려온 것은 십년 전이다. 서울의 사대문 안에서 나고 자라 40여년을 토박이로 살았던 필자로서는 원주에서 새롭게 시작한 생활이 남의 일로 알던 웰빙이었다. 그 당시 이곳의 집값은 월급쟁이 대학교수가 된 내 처지에서도 놀랄 정도로 쌌다. 아파트가 숲에 싸여 있어 산개구리의 와글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밤잠을 청했고, 아침을 깨우는 진짜 뻐꾸기의 소리에 행복하게 하루를 맞았다. 원주가 강원도에서 가장 큰 도시라지만 인구 30만이 채 되지 않았던 터라 짜증나는 교통 체증이나 주차 문제가 없으며, 공기는 맑고, 옆집 이웃과 소통하는 인심이 남아 있었다. 연구실의 창밖으로 치악산이 병풍처럼 펼쳐 있고, 그 너머의 하늘은 서울의 고층 아파트와 빌딩으로 가려진 조각하늘보다 한층 더 크고 푸르렀다. 자그마한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강과 계곡, 들판이 있으며, 그 곳에는 반딧불도 있고 꿩도 있고 심지어 고라니도 있었다. 그렇다고 이곳의 생활이 그다지 시골스럽지도 않은 것이 예술 공연장 등의 문화시설이 없나, 실내 수영장이나 운동장 같은 체육시설이 없나, 유수한 대학교와 대형 의료기관이 없나, 삶의 질은 웬만한 어디에도 꿀릴 게 없었다. 서울깍쟁이로 각박하게 살아 온 필자는 이곳 강원도 땅 원주의 생활이 난생 처음으로 누려보는 호사이었다.   


그러던 원주가 몇 년 전부터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필자가 체감하기에 이러한 조짐이 나타난 것은 5∼6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는 두 번째 도전의 움직임이 본격화되어 세인의 관심이 술렁이기 시작한 즈음이다. 평창도 아닌 이곳에 난데없이 외지인의 투기 바람이 불어 땅값과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정작 이곳의 원주민(원주 시민의 줄임말)은 살기가 오히려 팍팍해졌다. 주위에 그 좋던 숲을 모두 뭉개고 누가 살 집인지 모를 아파트가 속속 들어섰다. 또한 이러저런 개발의 명분으로 푸른 자연환경이 여기저기 황폐하게 파헤쳐졌다. 하지만 그 후 2014년 동계올림픽의 유치가 무산되면서 그 많은 아파트는 분양이 되지 않아 덩그맣게 애물단지로 남아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작게는 평창 인근을 포함한 낙후된 강원도 경제가 활력을 얻는다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동계올림픽의 경제적인 기대효과를 장밋빛으로 운운하지만, 역대 개최국 가운데 실제로 흑자를 기록한 경우는 겨우 한 나라에 불과하다고 하니 마냥 설렐 일만은 아닐 듯하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애써 얻은 성과가 탐욕스런 대자본의 몫으로 모두 돌아가고 지역민은 그 화려한 잔치 속에서 부스러기만 뒤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또한 발아래만 내려다보는 행사 준비에 급급해 강원도의 녹색 환경이 파괴되고, 이곳이 행여 수도권의 유흥가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원주시 문막읍에 있는 오크밸리라는 곳을 가보셨는지. 골프장에다 콘도에다 스키장에다 그 어마어마한 위락시설을 짓기 위해 희생당한 숲과 그 속의 뭇 생명들, 또 파출부로 살아가는 지역민의 위화감을 생각하면 마치 회칠한 무덤을 보는 듯한 참담함 심경을 금할 수 없다. 지금 강원도 홍천 지역에서는 열 군데가 넘는 골프장을 건설한다고 포클레인이 온 산야를 뒤집어 놓고 있다.
낙후된 강원도의 지역발전이 왜 그른 일이랴. 하지만 눈앞의 작은 경제적 이득을 탐해 더 큰 자산과 가치를 상실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는가. 평창은 제발 그리 되지 말아야 할 텐데…, 괜한 걱정일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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