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임 월요 시론] 핑크빛 우정을 꿈꾸며

2011.08.15 00:00:00

월요시론
박인임 <본지 집필위원>

  

핑크빛 우정을 꿈꾸며

  

친구간의 사랑(필레오)은 인간에게 가장 만족감을 주는 사랑이다. 주고 받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C.S. 루이스는 동료의식(companionship)과 우정은 다르다고 한다. 동료의식이란 어떤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우정이란 그와 옆에서 싸우며, 함께 읽으며, 그와 논쟁하며, 그와 함께 기도할 때 생긴다고 한다. 같은 직업과 경험과 생각만을 가지고 있을 땐 동료의식 상태이고, 같은 비전을 가지고 옆에서 함께 나아가기 시작할 때 비로소 우정이 싹튼다.


우정은, 생존적 가치만을 추구하며 그저 살도록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며 잘 살도록 도와준다. 어려움과 즐거움을 함께 해 나갈 힘과 의지를 가진 관계로 발전하여, 사회에 대해 좋은 열매를 맺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우정관계이다.


나에게도 지금껏 맺어온 많은 관계가 있다. 어렸을 때의 초등친구부터 대학동기들, 사회에 나와 만난 수많은 사람들. 나에 대해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해 주고 나를 표현하기가 편한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을 진정한 우정관계라 생각하였다. 나의 좋은 부분만을 보이려고 하는 관계에선 우정이 생길 수 없고, 피상적인 관계에만 머무를 뿐 발전된 우정관계로 나아가기는 힘들거라 생각했다. 루이스의 말을 빌리자면 그동안 내가 우정이라 생각한 것은 동료의식 상태이고, 우정은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서 함께 고민하며 논쟁하며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 노력해 가는 관계에서 생긴다는 것이다.


1996년부터 8년간 일본의 치과계를 접할 기회를 가졌다. 일본의 치과의사들이 모두들 한국의 치과의사들의 위상을 보고 부러워했었다. 그 땐 아직 치과의사로서의 위기감을 생각해 보지 않았던 터라 별 느낌이 없었다. 그러나 이젠 한국의 치과계도 흔들리고 있다. 불법네트워크에서 벌이는 교묘한 탈법 및 비윤리적인 행위들은 같은 치과의사로서의 동료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우정을 말하기 전에 최소한의 동료의식만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그들의 주체가 치과의사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치과의사로서의 양심, 자존심, 비전은 어디에 있는지. 모두들 의료인으로서의 소중한 자존심을 버린 것은 아닌지. 아니면 꼭두각시인지. 환자의 아픔에 대해 의료인의 양심으로 치료에 임하며 동료간 신의를 지키는 최소한의 도덕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의 행태는 그만두어야 한다.


치협이 각 회원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함께 하려고 온 힘을 모으고 있다. 주변 환경과의 마찰과 힘겨루기에도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내부의 아픔과 싸워야 하는 이중고가 느껴진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할 동료들이 있고, 이로 인해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우선하는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는 단체로 치협이 우리 곁에 다가서는 기회가 된다면 치과의사들 사이에 동료의식을 뛰어넘어 우정이 싹트는 귀한 관계로 발전하며, 서로를 격려하며 사회 안에서 열매맺는 귀한 치과의사의 상을 정립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 이상 의료를 ‘돈’으로 환산하여 상품화하지 못하도록 단결된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춘다면 우리의 멍든 마음이 어느덧 핑크 빛으로 바뀌는 그날이 오지 않을까? 우리를 따라오면 안된다고 했던 일본 치과의사들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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