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중 칼럼] 나가수 2 : 대중음악

2011.08.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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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전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

  

나가수 2 : 대중음악  


“할아버지, 람보하고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겨?” 제 딴에는 꽤나 심각한 손자의 질문이다.‘나는 가수다’를 시청하면서 이 말이 생각나 퍼뜩 웃었다. 대중음악은 트로트로부터 발라드, 재즈, 컨트리, R&B, 락 등 장르가 다양하다. 컨트리만 해도 팝, 포크, 힐빌리, 블루그래스, 로커빌리 등 열 종류가 넘는다. 오랜 세월 한 장르를 닦아 독창적 해석과 표현을 일궈낸 소수 아티스트만이 가수왕 반열에 오른다.


이들에게 공든 탑을 헐고 선후배 불문, 장르 불문으로 맞장을 뜨라 한다.  스포츠에서도 극단적, 예외적인 이종격투기를 대중음악에 도입한 무리, 이것이‘나가수’의 문제점 1호다. 둘째 공정성 문제; YB처럼 방송사 고참의 프리미엄 외에도, 밴드·백코러스·무용수·추가 악기·편곡, 그리고 사회를 겸한 가수의 이점이 있다.


셋째 C일보 칼럼 “나는 악쓴다”의 표현처럼, 데시벨을 한껏 높여야 청중에 어필하는‘광장 민주주의’식 평가방법이다. 비전문성보다 더 나쁜 것은 분위기에 쏠리는 군중심리요, 이에 맞추려 성대를 혹사하니까 예외 없이 목이 쉰다. 모두가 악을 써서 샤우팅 라커만 살아남는‘획일화’가 목표라면, 이는 예술에 대한 폭력이다. 결론적으로 나가수는, 아이돌의 댄스음악으로부터 대중음악의 격을 높이려는 십자군 운동도,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를 가려내는 오디션도 아니다. 그것은 정상급 명성의 망가짐을 지켜보는 쾌감과, 약자 즉 무명 내지 잊혀진 가수의 역전승을 감상하는 대리만족 등‘막장드라마’를 즐기는 군중심리와 매우 흡사하다.


막장드라마의 시청률처럼 나가수의 인기는 치솟고, 이에 힘입어 동면중이던 가수의 공연스케줄은 빈틈없이 채워지며 CF 제의도 줄을 잇는다고 한다.  아이돌그룹에 식상한 시청자들은, 열심히 준비하고 혼신을 다하여 부르는 노래에 열광한다.


음원판매도 올라가니 말 그대로“모두가 행복하다!"요, 대박이 났는데‘막장 오디션’이면 어떤가. 대박의 비결은 제작진의 변신, 특히 핵심 메커니즘인‘곡목선택 방법’의 끊임없는 변신이다. 그래서 안티들이 아무리 헐뜯어도 시청률은 유지되는데, 엄밀히 따지면 변신이란 규칙이 계속 바뀐다는 말이고, 이는 다시 공정성의 시비를 부른다. 그래서 변신은 유한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나가수는 한시적으로 즐기는 대박‘막장 연예 프로’일 따름이다. 보고 즐기면 그뿐이다.


손자의 질문보다 더 유치한 동영상이 북한 제작‘호랑이와 사자의 대결’이다.


어린 사자가 어른 호랑이에게 무참하게 당한다. 호랑이는 위대한 김일성 일가를, 사자는 미제를 상징한다는 뻔한 설정이다. 맹수의 사냥은 먹고사는 생존수단이다.


억지로 부추기지 않는 한 서로 으르렁거리기만 할 뿐, 먹이와 상관없는 싸움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처음으로 탈락한 김건모씨는 막말로 “뭘 모르고 나왔다가 거시기한테 뭐 물린 격”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가수에게 한 번 더 변신을 바란다.


맹수 즉 정상급 가수들은 열외로 하고 그늘에 가려진 가수들에게 빛을 주는 가칭‘숨은 가수 찾기’프로그램으로 가자. 다시 떠오른 박정현과 김범수는 얼마나 큰 수확인가?  패티 김은 창(唱)을, 조영남은 성악을 바탕으로 초대형가수가 되었다.


성악과 창이라는 고전음악 자체로 대성한 것은 아니다. 대중가요 스타가 열과 성의만으로 성취할 수 있는 음역과 가창력과 성량의 한계를 가늠케 해준다. 고전음악도 대중음악도 수많은 장르들도, 각각 제 몫이 있고 제 갈 길이 있다. 개그맨 박영진의 말투를 빌려보자. “부드럽게 속삭이는 발라드의 매력을 매도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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