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균 월요 시론] 치과의사는 사회에서 존경받을 수 없는가?

2011.10.10 00:00:00

정원균 월요 시론

 

치과의사는 사회에서 존경받을 수 없는가?

  

과학적 또는 합리적 사고를 설명할 때 흔히 객관적 태도를 그의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사전적인 정의에 따르면, 객관적 태도란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에서 벗어나 제삼자의 처지에서 사물을 보거나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살면서 타산과 주관성을 배제하고 불편부당한 객관적 태도를 갖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이해관계에서 물러나 대상을 멀찌감치 바라본다면 최소한 그 전체를 가감 없이 조망할 수는 있지 않을까.


개원의이던 필자가 그간의 임상 생활을 접고 낯선 환경에서 외도를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이 세월을 거치면서 필자에게는 이제 치과의사의 체취가 거의 사라진 모양이다. 이러다 보니 주위에서 필자가 치과의사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고 아무 거리낌 없이 치계에 대해 곱지 않은 속내를 드러내거나 심지어 노골적으로 폄하하는 난감한 경우를 필자는 종종 경험한다. 이럴 때에는 매우 당혹스럽고 또 불쾌하지만, 한편으로는 제한적이나마 국민이 치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또 우리 치계가 무엇을 자성해야 하는지 실감하기도 한다. 몇 년 전에 치과진료실의 감염관리 부실이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되어 국민의 맹비난을 받았듯이, 최근에는 ○○네트워크치과의 무지막지한 일탈 행위가 또 다시 질타의 도마에 올랐다. 국민들이 이를 두고 뭐라 하겠는가. 물론 이는 치계 일부의 문제이겠으나 치과의료소비자인 국민의 눈에는 그리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런 상황이 자라날 수 있는 치계의 토양이 부끄럽고 걱정스럽다. 또한, 해묵은 문제이겠으나 임플랜트 시술이 상업적으로 왜곡되면서 온갖 불미스러운 진료관행이 횡행하고, 이로 인해 많은 의료분쟁이 빈발하고 있다. 치의학 본연의 역할이 과연 자연치아의 보존인지 아닌지 치과의사조차도 혼란스러운 지경이니 환자는 오죽하랴.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이 치과의료의 공공성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구강질환의 예방이라는 화두가 과연 실현가능하기나 한지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치과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지천으로 널린 게 치과인데 또 무슨 치과를 소개해 달라니…, 이는 아마도 양심적인 치과의사를 찾기 어렵다는 반증일지 모른다. 이럴 때 필자는 과잉진료를 하지 않을만한 가난한 치과의사를 떠올리게 된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보고 들은 경험으로는, 많은 국민이 치과의사를 쉽게 돈 잘 버는 직업쯤으로 여길 뿐 적어도 존경하지는 않는 듯하다.


치과의사가 도덕군자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치계가 국민의 믿음을 잃고 조롱의 대상으로 추락한다면 내일의 치계는 설 땅을 잃을 것이다. 영리 추구는 자본주의의 체제 원리이다. 우리사회에서 어느 직종이 영리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이를 이런저런 명분으로 반대한다면 이런 황당한 자가당착이 없을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영리추구 자체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이루느냐는 정당성의 문제일 것이다.


갈택이어(竭澤而漁)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는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해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혹여 우리 치과계가 이런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는 않는지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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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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