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호 월요 시론] UD치과 문제와 대학의 역할

2011.12.26 00:00:00

월요 시론
박용호 <본지 집필위원>


UD치과 문제와 대학의 역할


지난 달 4일 치과대학장 협의회에서 박준봉 회장은 “예비 치의들의 소통 및 심성교육을 강화하고, 인성교육이 절실하며 인문학을 강화하겠다”며 그러지 않으면 치과계의 붕괴가 닥쳐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간 UD 등의 불법 네트워크 치과의 잘못된 행태를 인지하고 염두에 둔 듯한 이 발언은 늦게나마 대학이 교육을 통해 보다 올바른 사회 및 치과계 기여를 하겠다는 다짐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협회와 UD와의 전쟁 중에도 대학은 원거리에서 초연한 자세로 방관해 왔다. 한마디로 제자에 대한 대학 은사와 지성으로서의 준엄한 꾸짖음이 없었다. 업계간의 일이라며 대학병원은 빠지려고 했다. UD의 불법과 허구를 파헤친 PD수첩 촬영 후일담에서도 협조적인 치대병원 교수를 섭외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들린다. UD가 신문광고로 보통 개원의들이 하는 아말감, 레진, 디펄핀이 해롭다고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부리는데도 대학은 학문적 반박은 고사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다만 일부 교수가 제자에게 전화를 해서 UD에서 퇴사를 권유했다거나, 공직치의 지부에서 성금을 지원했다는 보도는 현 사태를 주시하고 바르게 이끄는 노력으로 보인다.


UD척결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원로와 동료들 일부 전협회장들이 근원적 해결책으로 “윤리의식”의 제고를 이구동성으로 언급한다. 치대교육, 보수교육에서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쎄, 원론적으로는 맞지만 윤리라는 것이 대학교육으로까지 해야 하고 성숙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고답(高踏)적이지만 성선설도 있는 만큼 윤리라는 것은 구태여 가르치지 않아도 가정에서 배양돼 보통 치의라면 의당 갖추고 있는 심성일 것이다.


R플란트의 비리- PD수첩 폭로건도 근무하던 여성치의의 양심고백으로 발단됐던 만큼 윤리는 역설적으로 UD나 R플란트 치과에 근무하는 치의들에게도 똑같이 존재한다. 이들의 가정적, 사회경제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비양심적이고 윤리의식이 없는 자라고 비방하는 것은 “너희 중에 죄 없는자 먼저 돌을 던지라”는 식의 반발을 가져오기 쉽다. 실제로 공중보건의사협의회측은 협회와 UD와의 전쟁에서 해당치과의 주요 인력공급원인 젊은 치의들의 윤리성 문제만이 도마에 오른다고 비판하고, 이들의 개원가 진출에 대한 선배들의 구체적인 비전과 대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학계와 실업계 각 분야에서 뿐 아니라 심지어 서울역 노숙자 교육에서도 봇물 터지 듯이 인문학과와의 교류가 중시되는 트렌드다. 그러나 치대 임상 실기교육에도 빠듯한 여건에서 소수의 인문학 내지 윤리교육만으로 근원적 해결책이라 하는 것은 너무 피상적이고 현실을 무시한 형이상학적 처방으로만 보인다.


필자의 경우도 예과시절 국민윤리와 철학을 수강했으나 무얼 배웠는지 남는 것이 없고 오히려 중고시절의 무감독 시험이라든지 ‘양심은 민족의 소금, 학식은 사회의 등불’이란 학교 교훈 등에서 무의식적으로 소양된 듯하다. 인문학자나 윤리학자는 강의하더라도 치과 의료의 특성과 속성을 짐작할 뿐 그 본질을 모르기 때문에 수박 겉 핥기에 그치기 쉽다. 자식 교육이 부모의 품행를 보고 자라듯이 선배치의와 교수의 진료를 견습하는 전통적인 도제식 교육 그 자체가 전인적 윤리교육이다.


현재까지 한국의 치대교수들은 윤리적 소양을 갖춘 치의들을 잘 배출해 왔다. 사실 일부 치의들의 잘못된 행태는 이들이 잘못 배워서가 아니라 ‘과잉 치의’들의 생존경쟁이 너무 심하다 보니 이들의 양심이 강퍅해지고 윤리가 변질된 것이다. 차제에 협회 정기이사회에서 치대 정원외 입학을 축소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수구 전 집행부도 고려대 치과대학 신설 억제의 성과를 이룬만큼 ‘김세영 표’정책을 관철시키길 바란다.

  

의전원의 경우도 2015년부터 26%감축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치전원도 괴롭겠지만 협회의 요구에 솔선수범 협조해야 할 것이다. 협회는 전쟁과 병행해 성사시켜야 한다.


이 글은 다른 때와 달리 여러 동료가 권유해서 쓰게 됐다. 그만큼 개원의의 체감이 심각하고 절박한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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