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진 월요 시론] 내가 아는 지식

2012.01.02 00:00:00

월요 시론
오성진 <본지 집필위원>


내가 아는 지식


만일 “이 사회에서 지켜야 할 제일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일본사람들에게 묻는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을 것”을 첫 번째로 꼽는다. 미국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한다.


두 가지 생각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공통점이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어질 때, 질서도 없어지고, 사람들은 어째야 좋을지 모르며 우왕좌왕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생각은 사회를 유지하는 중요한 생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말은 듣기에는 참 좋은 말이다. 그리고, 참 깨끗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베푼다는 말은 마음을 푸근하게 해 준다.


앞의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엿보이고, 뒤의 것은, 나누어 줌으로써 같이 살고자 하는 뜻이 엿보인다.


살면서 여러 가지의 어려운 일들을 만나게 되는데, 사람이 일부러 악한 생각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생각을 거의 하지도 않을 뿐 더러, 가끔은 자선을 베풀기도 하고 살고 있으니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옳은 생각일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올 한 해를 보내면서 되돌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하면서 살았는가, 고통을 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선한 사람들이 많은 이 나라에서 왜 이토록 많은 문제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히지 않으면 그것으로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더욱이 때때로 베푸는 자선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해 주는 증거인가? 그런데, 과연 그럴까?


사람들은 때때로 다른 사람의 문제들에 대한 자문을 해 주기도 하고, 상대방이 원하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하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키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 또는 책이라든지 여러 경로를 통해서 얻은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전달을 하고자 하는데,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것이 상대방의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지를 생각하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EH 커는 ‘역사의 연구’에서 이 세상에는 기록에 남는 사실 보다 기록되지 않은 사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우리는 역사 공부를 하면서 그것이 역사의 대부분이라고 생각을 해 왔지만, 사실은 인류 역사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사실을 알아 왔을 뿐인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충고를 하고 있다


많이 생각을 했다는 마음, 그리고 많은 것을 안다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해 준 이야기가 만일 그 사람의 일생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 될 수 있다면, 생각을 하고 말을 할 때 얼마나 주의를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왜냐하면, 그 결과가 반드시 좋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만일 자신의 생각과 말로 인해서 다른 사람의 삶이 흔들리거나 무너지게 되었다면, 그것은 의도적이지는 않았지만, 피해를 입히고 만 일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나쁜 의도가 없었을진대 이러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조금이라도 의도적인 것이 가미가 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얼마나 클 것인가?


많이 안다고 해도 각자가 알고 있는 것은 역사 속에서는 한 점 먼지만큼도 아닐 수 있다. 그 정도의 지식과 생각으로 누구에게 유익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의 생각 보다는 많은 사람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라는 역사 연구가의 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지는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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