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임 월요 시론] 희망을 노래한다

2012.03.05 00:00:00

월요 시론
박인임 <본지 집필위원>


희망을 노래한다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은 가난한 이들에게 스스로의 ‘작은 민주주의’를 체험하게 한 경험을 소개해 준다. 빈민들에게 정치적인 삶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며, 공적인 삶으로 나아 가도록 알려준다. 무력의 포위망에 둘러싸여 무기력하고 삶을 포기한 그들에게 살아갈 힘을 부여해주며 자기통제능력을 키워준다. 또한 그들 스스로 자치를 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겨났다. 이는 인문학을 통해 스스로 사유하는 과정을 거친 후의 일이다.


여자치과의사(여치)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고달프다. 물론 전문인으로서의 사명을 가지고 활동한다. 하지만 치과 뿐 아니라 육아, 가정, 사회활동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짐을 지고 있다. 주변에서 슈퍼우먼처럼 여겨져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하나라도 감당을 못하면 스스로도 위축이 된다. 자신의 일들 외의 것에 생각하고 참여하고 활동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마음의 여력이 없기도 하다. 아픔이 있을 때조차 함께 나눌 곳이 없을 때도 있다. 이러할 때 짐을 같이 나누어 지고, 함께 고민해 주며,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동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까지 정치는 나와 무관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저 투표용지가 오면 누구에게 투표해야 하나 하는 마음으로 국민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를 행사하려고는 했다. 참 정치가 무엇인지, 나라를 위해 어떠한 인물들을 뽑아야 하는 지에 대해선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치과 공동체 안에서의 여러 활동을 하면 할수록 드는 생각은 우리에게 참다운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테네의 정치가였던 페리클레스는 정치를 ‘가족에서 이웃, 더 나아가 지역과 국가 차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현재의 삶에만 초점을 맞추어 생활하다 보면 나와 내 가족만을 생각하는 좁은 시야를 가지게 된다. 참다운 정치를 실천하는 치과의사로서의 삶이 되려면 관심영역을 주변으로 확대해야 한다. 치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치료할 때 환자가 말한 주소만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전신상태를 알고 치료에 임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관심을 치과의 문턱을 넘어 공동체의 영역까지 넓혀야 한다.


어느 덧 여자치과의사들의 비율이 25%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치협의 대의원 총회에 참여가능한 여자치과의사는 4명에 불과했다. 25%의 회원을 대표할 수 있는 여성의 비율이 2% 밖에 되지 않은 것은 여자치과의사들의 개인적인 성향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그들이 치과공동체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국회에도 지역대표와 함께 직능대표들도 비례 대표로서 참여하고 있다. 각 전문직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대변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전문직만으로 구성된 치협의 대의원총회도 이제는 좀더 유연성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모든 회원들의 필요를 살펴 이를 대변하고, 다른 한편으론 국민을 위한 단체로 우뚝 서서 공적인 형태인 정치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으려면, 여성과 젊은 치과의사들을 포함한 치과내의 다양한 계층에게 적극적으로 문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마음의 문을 열고 바라보면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적극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현안을 해결하려 할 때 가장 좋은 대안이 마련된다. 그러한 대안을 가지고 회원들에게 다가간다면 우리 공동체가 더욱 따뜻하고 희망찬 공동체가 될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엔 ‘자치’에 관심이 많다. 시민들이 스스로 자기들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생각하고, 해결책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자치. 이에 따라 공적인 조직들은 시민들의 그러한 자치가 가능하도록 여러 방면에서 도와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불법네트워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전면에서 이끈 치협의 노력과 각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감대가 합쳐져, 지난 연말 의료법 개정이라는 큰 일을 이루었다. 그러한 노력이 큰 결실을 맺으며 더욱 발전된 치과계가 되려면, 치협의 대의원총회도 모든 회원들의 진정한 ‘대의’가 발의될 수 있는 기구로서 거듭나야하지 않을까? 마음을 열어 여치들의 다양한 필요들에 귀기울여 들어주는 대의원들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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